단말기 완전자급제, 취지는 좋지만 디테일이 문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취지는 좋지만 디테일이 문제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11
  • 승인 2018.10.30 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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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정말 가능할까

어수선한 통신시장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단말기 구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도입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쟁을 유도하고 불투명한 유통 구조를 바꾼다는 점에선 필요한 제도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실현 가능성을 짚어봤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사진=뉴시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사진=뉴시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10일 국정감사에서의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주무부처 장관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기존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다. 현재 한국 휴대전화 시장은 ‘경쟁이 사라진 페쇄형 시장’으로 불린다. 제조사에서 단말기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받은 이통3사가 일선 소매상에 다시 넘겨 휴대전화를 유통하는 방식인데, 여러 폐해를 불렀다.

이통3사는 ‘단말기 보조금’을 통해 고가의 약정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 이통3사가 전국 오프라인 대리점에 뿌리는 영업비용과 각종 리베이트 역시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세 회사가 똑같은 전략을 펼치다 보니 시장점유율은 ‘5대3대2(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로 고착됐다.

완전자급제는 이런 부작용을 차단한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제조사 직영, 인터넷 매장, 전자제품 매장 등에서 산다. 이통3사 매장에서는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이통3사가 휴대전화 판매 과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불투명한 휴대전화 유통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경쟁유발 효과가 크다.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단말기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경쟁할 수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 애플 등 고가 스마트폰이 주로 취급되지만, 단말기 유통이 분리되면 중국산 등 다양한 제조사와 가격대의 판매가 활발해질 수 있다.

이통3사도 마찬가지다. 단말기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순전히 요금제와 서비스로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점 때문인지 국회에서도 단말기 자급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20대 국회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이 4건이나 계류돼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됐다.

완전자급제의 장밋빛 미래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이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현재 한국 휴대전화 유통시장은 혼탁하고 소비자 차별이 극심하다. 투명하게 바꿔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거다. 문제는 지금의 유통과정이 이미 깊숙이 스며들어 이제는 공기처럼 돼버렸다는 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유통구조를 형성하는 일이다. 전국의 유통망이 무너질 텐데, 그에 따른 파장은 예측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지금의 유통구조는 역사가 깊다. 한국은 1990년대 2세대 이동통신(2G)을 도입할 당시, 단말기와 유심이 결합돼 있는 CDMA 방식을 채택했다. 단말기와 유심이 분리되는 GSM 방식을 도입한 유럽 등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이때부터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는 제조사의 제품이 아닌 이통사의 제품이 됐다.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제품이 등장했음에도 유통구조는 그대로였다. 이 구조를 깨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2년 5월부터 기술적으로 자급제가 가능하게 법이 바뀌었다. 이통사를 통한 단말기 구매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단말기 구매를 모두 허용했다. 하지만 한번 고착된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유통 주도권은 이통3사 손 아래에 있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2016년 조사를 보면 전 세계 단말기 자급제 비율은 평균 61%인 데 비해 한국은 8%에 그치고 있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올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논의를 치열하게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했던 이유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존 유통망이 무너지는 게 문제다. 전국 2만여개에 달하는 휴대전화 대리점 등 이동통신 소상공인 업계는 유 장관의 발언을 두고 “영세 자영업자 죽이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대리점 일부는 SK텔레콤의 영업을 이틀간 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통3사와 통신서비스 판매 위탁계약을 맺었는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앞으로 이런 방식의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혼란 없앨 대책 있나

여러 통신비 인하 정책 중 그나마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선택약정 25% 할인제도 역시 폐지될 수 있다. 이 제도의 근거 조항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있다. 단통법은 이통3사가 휴대전화 판매를 진행할 때에 벌어지는 일들을 규제하는 법이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3사가 휴대전화 판매를 할 수 없는 만큼 단통법 역시 무용지물이 된다.

정부는 여론이 악화할 때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디테일이 문제다. 실제로 과기부엔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 과기부 관계자는 “아직은 실무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의도만 좋고 설익은 정책은 시장에 혼란을 준다. 단통법이 그랬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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