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호의 교육 훑어보기

▲ 어릴 때 읽은 위인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미리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누구나 독서는 중요하다 말한다. 하지만 막상 자녀에게 ‘어떤 책’을 읽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위인전을 추천하곤 한다.

위인전은 스토리가 있어 흥미진진하다. 어휘력•논리력 등 기본적인 독서 효과를 얻는 것은 기본이다. 기승전결 속에 인간이 겪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녹아 있어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발달하는 것이다. 훗날 원만한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근간이 된다.

역사 감각은 덤이다. 의외로 많은 사회ㆍ역사과목 교사들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위인전을 꼽았다. 위인전을 접한 아이들은 역사를 ‘무조건 암기해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역사 속 인물은 시대적 배경을 떼놓고선 논할 수 없다. 그렇기에 위인전을 탐독한 아이들은 시대 감각과 시대 배경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교과서에서 부딪히는 연대기와 어려운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느끼는 비결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위인전 예찬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위인전의 진정한 가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진부한 이야기 같은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어 괴롭다. 실제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꿈을 물어봤다가 ‘공무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와 아연실색한 경험이 있다. 아이 본인이 원해서 꾸는 ‘진짜 꿈’은 소중하다.

기성세대로서 아이들의 불행한 유년기에 막연한 책임감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무리겠지만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히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 각자마다 삶을 모습을 대변하는 거푸집(주조틀)이 하나씩 배정된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에 치여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의 모습과 마주한다. 거푸집이 자신과 맞지 않아 찍어 낼 때마다 아프다. 20대 직장인들이 취직 후 적성문제로 사춘기를 다시 겪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어릴 때 위인전을 읽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에게 위인전을 읽히는 것은 마치 삶이란 거푸집의 여러 모델을 제시해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아이는 책을 읽으며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위인전기를 읽고 과학자의 삶을 꿈꾸게 될 수도 있고 한 나라의 원수가 되는 원대한 야망을 꿈꾸게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미연에 경험하고 꿈꾸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국가의 희망이다.

이런 아이들은 실패를 해도 극복하는 힘이 있다. 책을 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멘토’가 있어서다. 끊임없는 셀프 모티베이션(자기 동기부여)도 위인전이 주는 선물이다. 목적이 있는 삶은 아이를 지치지 않고

 
즐겁게 달리게 한다.

줄글로 빼곡한 위인전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에게는 만화로 된 위인전으로 독서습관부터 형성해주는 것도 좋다. WHY 시리즈로 유명한 다산북스에서 최근 위인전 형태의 WHO 시리즈를 출간했다니 서점에서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좋겠다. 독서 후 아이가 좋아하는 위인별 순위를 함께 매겨본다든지 위인의 실패로 느낀 점 등을 함께 나누는 것도 추천한다.

벽장 한 면을 가득 채운 위인전집을 재조명하자. 그 중 한 권이라도 직접 읽고 자녀에게 당당하게 말해보자. “나폴레옹은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에서도 독서를 했다더라!” 고액 과외나 해외 유학보다 자녀에게 유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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