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문제 사라지지 않는 이유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각설이 같다. 국감에서 드러나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부정부패·채용비리 논란을 두고 하는 얘기다.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와 모럴 해저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감이 열리면 비슷비슷한 내용의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국감만 끝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철밥통 공공기관’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공기관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취재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정부패 등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부정부패 등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총 338개다. 20 13년 295개에 비해 43개나 늘었다. 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6706만원, 평균 근속연수는 10.1년에 이른다. 2016년 기준 노동자 1인당 평균연봉이 3387만원, 중소기업의 근속연수가 4.3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신神의 직장’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은 종종 ‘철밥통’이라는 질타를 받는다. 수가 늘고 연봉만 껑충 올랐지 서비스는 낙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방만경영과 부정부패는 기본이다.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올해도 그랬다.

계속되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올해도 질타의 대상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임직원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135억원을 들여 오피스텔 116실을 매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종석(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탁원이 2014년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전용면적 17~26㎡(약 5.1~7.9평)의 숙소용 오피스텔 빌딩 전체를 135억원에 매입했다. 예탁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683억원의 19.8%에 달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승인(3개실 매입) 없이 숙소를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직원의 봄·가을 체육대회 체육복 구입비로 1억9840만원을 사용했다.

예탁원의 방만경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국감에서도 임원 피트니스 비용으로 2억2000만원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2014년 10월에 열린 추계체육대회 행사에서 직원 모두에게 운동복과 운동화를 지급하는 데 1억6800만원을 지출했고, 같은해 방만경영 중점관리 기관에서 해제된 직후에는 선물잔치까지 벌였다. 직원 1인당 평균연봉(지난해 기준)이 1억961만원에 이르는 예탁원의 ‘돈 잔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정부패는 여전히 심각했다. 이훈(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자부 산하기관 임직원이 뇌물 및 향응으로 챙긴 금액이 57억2390만원에 달했다. 5년간 234명(22개 기관)의 직원이 총 1409회에 걸쳐 뇌물이나 향응을 받았다. 이중 뇌물 수수 건수는 1000여건을 훌쩍 넘었다. 뇌물 및 향응으로 가장 많은 돈을 챙긴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한수원은 31명의 임직원이 114회에 걸쳐 26억7148원을 받아 챙겼다.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공공기관에는 한국전력이 이름을 올렸다. 적발된 한전 임직원은 94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수수 횟수에서도 전체 1409건의 적발 중 562건을 차지해 부정부패가 가장 많은 공공기관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부정부패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혁신을 위해 이사회 독립, 솜방망이 처벌 개선 등을 주장한다.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기관 감사, 인사위원회의 독립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국감 무용론도 제기하고 있다. 국감에서 제기된 숱한 문제점이 어떻게 개선되고 처리됐는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문제를 끝까지 추적해 개선하는 금배지들도 드물다. ‘상시 국감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실장은 “지금의 국감은 이슈몰이에 치우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며 “자극적인 내용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처리 사항을 끝까지 챙기는 국회의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부정부패가 반복되는 건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문제점을 상시적으로 감사하고 즉각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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