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못 따라준다면 …
집 나갔던 수요 언제든 ‘서울 유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잡혔지만, 그 반작용으로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뛰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선 집값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지만 풍선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더 많다. 비규제지역으로 빠졌던 수요가 서울로 얼마든지 유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비규제지역 집값 상승의 원인을 취재했다.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춤한 반면, 부천ㆍ용인 등 비규제지역은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사진=뉴시스]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춤한 반면, 부천ㆍ용인 등 비규제지역은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사진=뉴시스]

9ㆍ13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힌 걸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곡선이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투기 수요가 위축되고 있으니 집값의 하향 안정화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우려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일부에선 “서울 아파트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열기가 식어버린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아간 것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풍선효과란 풍선 한 귀퉁이를 누르면 다른 한쪽이 솟아오르듯, 한 곳을 규제하면 또다른 곳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 규제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실제로 각종 통계는 ‘풍선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전주 대비)은 줄곧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 10월 15일 0.05%까지 떨어졌지만, 인근의 일부 비규제지역은 되레 상승세 탔다.

대표적인 곳이 김포와 부천ㆍ용인 기흥ㆍ대전 등이다. 김포는 9월 10일 -0.22%에 불과했던 변동률이 10월 15일 0.14%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부천은 0.36%, 용인 기흥은 0.30%, 대전은 0.43%에 달했다. 

 

거래량이 부쩍 늘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용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28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7%, 전월 대비 101.3% 늘었다. 부천에서도 9월 한달 1498건이 거래돼 전년 동기보다 63.4% 늘고, 전월보다 130.1% 증가했다. 거래량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비규제지역에 쏠린 수요의 성격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 투기 수요에 따른 풍선효과일 수도 있지만 실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정부 규제의 강도가 세다보니 팽창돼 있던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유입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1주택자 대출 규제, 양도세 감면 조건 강화 등 이번 규제가 실수요자를 옥죈 측면도 없지 않아서 유입된 수요가 실수요인지 투기수요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 단기 현상에 그칠 것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도 “성격에 따라 투기 수요, 실수요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아울러 ‘갭 메우기’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등한 서울 아파트 가격과의 차이(갭)를 좁히기 위한 조정 현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비규제지역에서 나타나는 ‘집값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김태섭 실장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현재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지역들은 대부분 워낙 입주물량이 많고 공급이 과잉된 곳들이다. 더구나 비규제지역들은 그동안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낮았던 비인기지역들이다. 일시적으로 약간의 변동성이 있을 순 있지만 장기적인 이점이 없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서울 아파트 시장이 문제다. 비규제지역으로 돌아섰던 수요가 서울로 다시 몰려들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공급이다. 9ㆍ13 대책을 통해 수요는 억제했지만, 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할 대책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은진 팀장은 “집값이 급등한 건 (구매를 부추긴) 심리요인과 함께 공급부족 때문이었다”면서 “현재 심리요인이 위축되면서 가격 급등세가 잡혔는데, 향후 공급 해소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은 호재에도 시장이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가 다주택자들을 묶고, 금리인상 부담이 부동산 시장의 과열 우려를 줄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임시방편에 불과할 거란 얘기다. 

다주택자들의 매도 물량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다. 국토교통부가 매물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제공했던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되레 막차를 타려는 다주택자들로 인해 임대사업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간 신규 등록된 임대사업자만 2만6279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258.9%, 전월 대비 207.8% 많은 수치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에서만 2만633명(78.5%)이 등록했다. 새로 등록된 임대주택 수도 7만여채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88%, 전월 대비 180%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대부분 비인기지역이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리스크는 또 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주택공급계획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김태섭 실장은 “여전히 재개발ㆍ재건축 등 새 아파트 공급계획은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쏠려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새 아파트의 희소성은 여전히 높고, 언제든 서울 분양시장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에 몰렸던 수요와 유동자금이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편에선 집값이 안정화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섣부른 주장이라는 우려가 더 많다. 풍선효과를 걱정하기엔 서울 아파트의 거품이 다 빠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수급 균형을 맞출 확실한 추가 대책이 없으면 서울 부동산은 다시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더 강하게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얘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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