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민노총 서울본부 감사보고서 - 서울시민의 세금은 그렇게 ‘눈먼돈’이 됐다
[단독입수] 민노총 서울본부 감사보고서 - 서울시민의 세금은 그렇게 ‘눈먼돈’이 됐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11
  • 승인 2018.10.3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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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서울본부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 특별감사보고서
서울시 지원금 약 8억원, 불편법으로 사용된 정황 수두룩
서울시, 시민 혈세 지원하고 감사도 제대로 안 해
민노총 내부에서도 “서울시 지원사업 문제 많다” 비판

지난해 8월 더스쿠프(The SCOOP)는 “서울시가 2016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노동단체지원금’ 약 8억원을 지급하고, 감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통권 252호)”고 보도했다. 이후 민주노총 총연맹은 올해 5월 자체 특별회계감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 제출된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혈세를 건넨 서울시도, 그 돈을 펑펑 쓴 민노총 서울본부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강행한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의 타당성과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민주노총 내부에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강행한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의 타당성과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올해 3월 들어선 민주노총 서울본부(이하 민노총 서울본부)의 새 집행부가 사실상 첫번째로 손을 덴 일은 특별회계감사였다. 전임 집행부가 2016년말 진행한 ‘서울시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이하 지원금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5월부터 두달간 진행된 특별회계감사 후 감사보고서가 나온 건 지난 7월이었고, 민주노총 총연맹과 서울본부에 각각 제출됐다. 하지만 감사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민노총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뒷말만 꼬리를 물고 이어질 뿐이었다.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는 지원금 사업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소문대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서울시의 지원금이 투명하게 쓰이지 않은 정황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서울시민의 세금만 축났다는 얘기다. 더스쿠프가 감사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을 일일이 취재해본 결과도 같았다. 

먼저 감사보고서의 총평을 살펴보자. “(서울시 지원금 사업의) 자체적인 집행기준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사업에서 집행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 [※ 참고 : 민노총 서울본부의 옛 집행부는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의 결정까지 어기고 “잘 쓰면 되지 않느냐”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스스로 마련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다.] 

민노총 서울본부가 추진한 사업은 크게 ‘노동실태조사’ ‘시민노동 법률학교’ ‘비정규직노조, 산별노조 및 지역연대사업’ ‘송년음악회’ 등과 이 사업들을 홍보하는 것이다. 주로 서울시 내 11개 자치구 지부 조합원들과 미조직 노조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 5280만원 날린 노동실태조사 = 먼저 ‘노동실태조사’를 보자. 민노총 서울본부는 서울지역의 사업체 실태를 조사하겠다면서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초 이 사업에 계획된 예산은 3억7299만원에 달했다. 노동실태조사를 담당할 업체는 당연히 경쟁입찰을 통해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서울본부는 이 사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쟁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었다는 게 이유인데, 더 심각한 건 사업을 시작한 지 15일 만에 이를 중단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아무런 결과도 내지 않은 채 5280만원의 예산만 날려버렸다. 

■ 노무사 배불린 법률학교 = 조합원들에게 노무 관련 법률지식을 교육하기 위해 마련된 ‘시민노동 법률학교’ 사업은 민노총 서울본부 내 법률지원센터인 노무법인 ‘노동과인권’ 소속 노무사들의 배만 불려 놨다. 보고서는 “모든 민노총 지부의 법률학교에 쓰인 교재는 그 내용(일부는 매년 실시해온 교육에 쓰인 교재 내용 발췌)과 순서가 똑같고, 표지에 자치구명과 원고 작성자만 달리 기재됐다”면서 “발생하지 않아야 할 원고비가 자치구 11곳에서 발생해 ‘노동과인권’ 소속 노무사 7명이 총 550만원을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노동과인권’ 측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했다. “원래 모든 지부에 공통으로 사용할 교재의 원고를 작성하려 했다. 이 때문에 내용상의 문제는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고비는 다르다. 당초 교재 원고비가 50만원밖에 책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민노총 서울본부 측이 ‘각 지부별로 원고료를 책정하면 된다는 답변을 서울시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법률학교 진행 때마다 받았다.” 똑같은 원고로 각각의 비용을 청구했다는 얘기다. 노무사들이 받을 원고비 액수를 높이려 편법을 쓴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각 지부별로 원고료를 책정하면 된다”고 얘기했다는 ‘노동과인권’의 주장은 사실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더구나 서울시는 지원금 사업을 지도ㆍ점검하면서 “내용이 같은 교재의 원고비가 계속 지급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로부터 지부별 원고료를 책정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민노총 서울본부의 말이 거짓이든 ‘노동과인권’이 발뺌을 하든 둘 중 한곳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과인권’ 측은 “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시 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 지출 불투명한 사업들 = ‘지부 비정규노조, 산별노조 및 지역연대 사업’은 각 자치구 지부별로 간부 워크숍이나 지역 조합원 워크숍, 비정규직 노동자 교육 혹은 조직화, 문화제, 동아리 활동 등이었다. 그런데 이들 사업에 집행된 지출은 대부분 ‘불투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서명부다. 민노총 서울본부 각 지부가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참석자 서명부에 1~2명이 일괄서명하거나 대리서명하는 사례는 숱하게 많았다. 한사람이 여러 사람의 서명을 ‘날림’으로 작성한 명부까지 있었다. 서명부가 조작됐으니 사업에 참석자 수가 정확할 리 없었고, 증빙 서류는 엉망이었다.

식대 영수증은 아예 없거나 간이영수증을 첨부한 곳도 있었다. 감사보고서에는 각 지부 사업별로 참가 인원이 적게는 수명, 많게는 수십명까지 부풀려져 각 지부에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참고 : 하지만 소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총연맹이 해당 감사보고서를 채택하고, 사실 확인에 나서야 각 지부도 소명할 의무가 생긴다. 감사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소명 의무도 사라진다.]

‘내 돈’ 아니니 예산 펑펑

더 자세하게 문제점을 들여다보자. 민노총 서울본부 관악지부는 비정규직 조합원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400명이 참가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서명부엔 1~2명이 대리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밥값이나 교통비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당시 사업 기안서를 작성했던 담당자는 대리 서명에 관한 해명을 요구하자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고, 지부 일도 그만둔 상황”이라면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다른 지부 담당자들 역시 “일하는 중”이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재차 전화를 시도하면 전화를 끊어버렸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질문해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워크숍이든 교육이든 기념품은 거의 빠지지 않았는데, 기념품 구매 품목을 명시하지 않거나 지출결의서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보조금 지출 불가 항목에 지출’하거나 ‘사업비집행 내역을 육하원칙에 맞게 적지 않았다’는 것은 서울시 지도ㆍ점검에서도 지적된 내용이다.

각종 워크숍에서는 초빙 강사에게 강사비를 지급했는데, 그 강사 중에는 산별노조에서 활동하는 간부급 조합원들이 꽤 많았다. 감사보고서는 “민노총 서울본부 내부의 간부가 강사비를 지급받는 게 적절한지 여부를 따져 달라”고 적었다. 노조활동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워크숍 강사로 초빙됐다고 또다시 강사비를 챙기는 게 도덕적으로 타당한지 물은 거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민노총 서울본부 서대문구지부와 노원구지부가 진행한 비정규직 간부수련회에 한 산별노조 조직국장이 강사로 참석해 약 80만원의 강사비를 받았다. 그런데 해당 산별노조 측은 현직 조직국장이 강사비를 받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민노총 서울본부 측에 공문을 보냈다. “우리 노조는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교육에 강사비를 받지 않는다.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강사비를 반납하겠다. 입금이 안 된다면 이유를 밝혀 달라.” 

위조견적서 지도ㆍ점검서 무사통과

하지만 민노총 서울본부는 해당 산별노조에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았고, 돌려받지 않는 이유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 민노총 서울본부 현 집행부에 이런 사실이 있는지 묻자 “감사보고서 내용을 다 알지도 못하고, 아직 채택된 보고서가 아니라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전임 집행부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송년음악회의 불편한 진실 = 약 8700만원이 투입된 ‘송년음악회’ 행사 감사에선 영상촬영과 제작을 담당한 A업체의 위변조된 견적서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견적서 제출자란에는 A업체의 회사명과 대표자명이 적혀 있지만, 회사명 위에는 ‘사단법인 한국광고영상제작사협회(KCU)’라는 이름이 마치 오려서 붙인 듯 덧대어져 있었다. 협회명 위엔 다시 대표자의 직인이 오려붙인 듯 찍혀 있었다. 누가 이 견적서를 조작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당시 영상 감독을 맡았다는 A업체 관계자는 “KCU의 회원사로서 KCU가 제공하는 견적서 양식을 쓰기는 했지만, 그런 견적서를 낸 적 없다”면서 “민노총 서울본부에서 실수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견적서를 꼼꼼하게 살펴본 KCU 관계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협회명과 직인에 정확히 네모 칸으로 오려붙인 자국이 있고, 그것도 협회명 위에다 직인을 찍은 만큼 실수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마치 협회의 이름을 앞세워 일감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견적서다.” 또다른 KCU 관계자도 “A업체는 우리 협회의 회원이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면서 “A업체의 감독이라는 사람 역시 회원이었던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을 재검토하려는 의지가 없다.[사진=뉴시스]
서울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을 재검토하려는 의지가 없다.[사진=뉴시스]

A업체의 감독과 대표자는 부부 사이이고,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가 사업자 주소로 된 개인사업자다. 이들 업체는 이전에 민노총 총연맹이나 서울본부의 일감을 받아 진행해본 적도 없다. A업체 감독에게 다시 해명을 들으려 했지만, 전화로도 문자로도 답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위변조 가능성이 높은 견적서가 서울시에 제출됐지만, 서울시는 지원금 사업 지도ㆍ점검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짚어내지 못했다. 당시 지도ㆍ점검 보고서를 작성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그런 견적서를 못 보고 지나쳤다면 실수”라고 했지만, “현재 해당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아 문의는 해당 부서로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또다시 책임을 떠넘겼다. 


이처럼 민노총 서울본부의 서울시 지원금 사업을 감사한 보고서는 ‘불편한 진실’들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자체 감사를 진행한 민노총 총연맹과 민노총 서울본부 새 집행부는 이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를 갖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민노총 총연맹과 민노총 서울본부 측은 감사보고서가 나온 지 석달이 흘렀지만 지적사항을 확인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서울본부 관계자는 “다음해 2월에 예정된 대의원대회에 상정해 채택이 된 후에야 확인도 하고, 후속조치도 취할 수 있다”면서 “그 전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노총 서울본부의 회계감사위원회 운영규정 제6조에는 “사무총장은 회계감사결과 지적 사항에 대해 지체 없이 시정조치하고, 그 결과를 대표회계감사위원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익명의 민노총 관계자는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신들도 서울시 지원금으로 세를 늘려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으니 굳이 지원금 사업을 못하게 해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민노총 모두 “나몰라라” 

의지가 없는 건 서울시민의 혈세를 민노총에 내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다시 점검하고, 환수조치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서울시 단체지원팀 관계자는 “제대로 지도ㆍ점검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집행 금액 등이 일치하는 만큼 환수는 힘들고 재검토도 불확실하다”면서 “민노총의 감사보고서를 구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의지가 없는 셈이다. 

서울시민의 세금을 준 곳(서울시)도, 쓴 곳(민주노총 서울본부)도 입을 싹 닦겠다는 얘기다. 지원금 사업을 추진했던 민노총 서울본부 옛 집행부의 B씨는 되레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짧은 말만 남겼다. “대체 언제 적 얘기를 하느냐. 이제 집행부도 아닌 사람한테 연락해서 뭘 묻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아무런 내부 징계도 받지 않았다. 서울시의 노동단체지원금, 아니 서울시민의 혈세는 그렇게 ‘눈먼돈’이 됐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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