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발 뺀 롯데마트 ‘넥스트 플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부지를 제공했다는 대가는 혹독했다. 2017년 3월부터 불거진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맥없이 무너졌다. 그 사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어떻게든 유지해보려 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백기를 들고 일부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관심은 중국 롯데마트 매각대금을 어디에 쓰느냐로 쏠리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국에서 발을 뺀 롯데마트의 다음 플랜을 취재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중국 내 매장을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베이징의 롯데마트.[사진=뉴시스]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중국 내 매장을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베이징의 롯데마트.[사진=뉴시스]

롯데가 골칫거리였던 중국 롯데마트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112개였던 매장 중 대부분을 매각과 폐점을 통해 정리했고, 현재 11개 남았다. 남은 11개 매장도 매각대금 없이 매수업체에 추가로 넘기거나 폐점을 유도해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체인 ‘마크로(Makro)’를 인수하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2009년에는 중국의 토종 마트인 ‘타임스(Times)’를 인수, 몸집을 키웠다. 과감한 인수ㆍ합병(M&A) 전략 덕분인지 롯데마트는 최근 몇년간 연간 매출 1조3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걸림돌이 발생했다. 지난해 터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이슈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 이후 사실상 영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중국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소방법 위반’이었지만 누가 봐도 사드 보복으로 인한 영업정지였다.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끝난 후에도 영업이 제대로 재개되지 않은 게 그 방증이다. 

그러는 사이 폐점하는 매장 수는 하나둘씩 늘어갔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니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16년 1조138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7년 2552억원으로 77.6% 쪼그라들었다. 1389억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2017년 2686억원으로 두배가량 늘었다. 

 

롯데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가며 중국 사업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지난 3월 롯데는 출자와 차입으로 중국 롯데마트에 긴급 운영자금 3600억원을 투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 측은 “중국에 진출한 지 이제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은 투자단계”라며 중국 사업 철수설을 반박했지만 돈은 금세 동났다. 롯데가 8월 31일 다시 3억 달러(약 34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해 중국 롯데마트에 추가 지급한 이유다. 

아마도 롯데는 희망의 싹이 트이길 고대했을지 모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에도 롯데 측은 ‘중국 롯데마트 매각설’에 몇 차례 공시를 통해 “매각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결국 백기를 들었고, 중국법인 매각으로 이어졌다.

“연내 중국 마트 정리 완료”

롯데마트는 지난 5월 2일 중국 우메이홀딩스(Wumei Holdings)와 롯데마트 화베이華北 법인 21개점(할인점 10개ㆍ슈퍼 11개)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14억2000만 위안(약 2485억원)이었다. 같은달 11일에는 리췬그룹(Liqun Group)과 화둥華東 법인 74개점 중 53개를 16억6500만 위안(2914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화둥법인의 나머지 21개 매장은 폐점했다.

그렇다면 롯데는 중국법인 매각대금을 어떻게 쓰게 될까. 롯데 측은 “아직 몇개 매장 남은 데다가 계열사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국 롯데마트가 1년이 넘는 시간 문을 닫고 있던 탓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매출은 매출대로 쪼그라들고 인건비나 운영비는 또 그대로 지속적으로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만큼 일단은 영업손실 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도 손실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법인 매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롯데가 매각한 화베이ㆍ화둥법인은 매장 수나 손익규모 면에서 중국 마트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난해 두 법인 합산 영업손실은 2230억원에 이르렀다. 중국법인을 매각하면서 운영에 따른 손실 부담을 상당 폭 해소하는 것은 물론 매각대금을 잘 활용해 차입규모를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중국사업에 쏟아지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면서 주장을 이었다. “분기당 500억원 이상 발생하던 중국 롯데마트 영업손실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연간 2000억원이던 영업손실이 내년부턴 제거된다. 이 효과만으로 내년도 영업이익은 지금보다 약 30%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실적 회복ㆍ주가상승은 아직

물론 실적 개선을 말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화베이ㆍ화둥법인 매각이 3분기에 완료됐지만 잔여 점포를 포함, 35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도 “실적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중국 철수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각이 완료되고 매각대금이 전부 지급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화둥법인의 경우, 18개월 후 잔금(665억원) 지급이 완료된다. 그렇다고 돈 들어오기만 기다릴 일도 아니다.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출점을 확대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쏟았던 자금과 에너지는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출점을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면서 “그동안 몰 형태의 대규모 매장이 들어섰던 것과 달리 앞으론 투자비를 줄이면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늘리는 소규모 다점포화 전략을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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