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소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직이 필수인 시대가 된 셈이다. 직장인 노영호(30ㆍ가명)씨도 최근 직장을 옮겼다. 이전 직장을 다닐 때보다 시간여유가 생겼지만, 급여는 쪼그라들었다. 매달 50만원을 덜 벌자 그의 가계부에 균열이 생겼다. 급여는 줄었는데 그동안 돈을 써오던 씀씀이를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직 후 급여가 줄었다면 씀씀이도 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직 후 급여가 줄었다면 씀씀이도 그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10년 후 사라질 직업 리스트가 등장할 만큼 급변하는 시대, ‘평생직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 결과(2017년), 직장인의 5.0%만이 “현재 다니는 직장이 평생직장이다”고 답했다. 고용상태가 불안정할수록 ‘현재 직업이 평생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고용상태가 ‘안정적’인 직장인의 45.0%, 고용상태가 ‘매우 불안정’한 직장인의 88.0%가 “현재 직업이 평생직업은 아니다”고 답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구나 한번쯤 이직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이직이 ‘일자리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급여 ·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모두 만족시킬 신의 직장은 많지 않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의 한 의료업체 영업팀에서 근무하는 노영호(30ㆍ가명)씨는 최근 이직을 했다. 급여 대신 워라밸을 택한 결과였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급여가 지금보다 높았지만, 야근과 휴일 근무가 많았다. 급여를 조금 덜 벌더라도 시간 여유를 갖고 싶어 이직했다.”

노씨는 바라던 대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원과 수영장을 번갈아 다니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쪼그라든 월급봉투 탓에 고민도 적지 않다. 월급이 50만원 가까이 줄면서, 매달 해오던 저축이나 펀드투자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는 노씨는 결국 적자 살림을 면치 못했다. 이전 직장만큼 연봉을 받으려면 1년여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그사이 빚더미에 앉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노씨는 재무설계를 신청했다.

Q1 지출구조

노씨의 현재 월급은 200만원이다. 원룸에 거주하고 있어 월세와 공과금 등 주거비가 총 35만원 나간다. 여기에 통신비 10만원, 교통비 8만원, 자기계발비 15만원, 식비 50만원, 유흥비 50만원, 데이트비용 30만원 등 198만원을 쓰고 있다. 식비ㆍ유흥비ㆍ데이트비용은 용도가 비슷하지만 따로 구분하지 않고 쓰는 탓에 과소비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쇼핑ㆍ미용ㆍ휴가ㆍ경조사비 등으로 쓰는 비정기지출은 매달 20만원에 달했다. 소비성지출은 총 218만원이었다.

이직 후엔 저축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나마 모아둔 적금은 모두 해지해서 사용했다. 최근에는 주식에 투자했던 돈도 (주식을) 매도해서 사용하고 있다. 2만원씩 납입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이 가입한 금융상품의 전부였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10개월 후에는 경력을 인정받아 이전 직장만큼 급여를 벌 수 있다는 점이다.

Q2 문제점

노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분에 따라 계획 없이 소비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탓에 술자리가 잦았고, 술에 취하면 나서서 술값을 계산하기 일쑤였다. 다음날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보고 후회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사소한 습관으로 여기기 쉽지만, 고치기가 쉽지 않다. 가계부를 작성해 씀씀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통장나누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비소비성지출용 통장을 따로 나눠 관리해야 한다. 식비ㆍ유흥비ㆍ데이트비용 등으로 매달 130만원가량을 쓰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30대 남성 직장인 평균(80만원가량)보다 50만원가량 많이 쓰는 셈이다. 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탓에 저축여력이 없었다. 그 흔한 보험 하나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비상예비자금을 모으고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었다.

Q3 해결점

먼저 요금제를 바꿔 통신비를 3만원 줄였다. 과하게 지출하던 식비 10만원, 유흥비 20만원을 절약했다. 비정기지출은 5만원 줄이고 따로 모아 사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매달 38만원을 절약했다. 여기에서 초과 지출하던 20만원을 제외한 18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우선 1만2000원 규모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보장성보험을 추가하기로 했다. 비상금 용도로 CMA통장에 6만8000원씩 모으기로 했다. 중위험중수익군의 적립식 펀드에 10만원씩 투자하도록 했다. 자산을 증식하려면 투자와 저축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아직 여유가 없는 노씨는 과소비를 줄이는 게 자산을 늘리는 첫번째 방법이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eaifa@daum.net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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