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원인을 직시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이라 칭하는 잡식 동물이 식습관을 잘 조절하면서 딜레마 없는 삶을 살아갈 순 없을까. 강산이 변할 세월 동안 다른 이들의 살을 빼주는 강의를 하고 글을 쓰며 놀란 게 몇가지 있다. 밀가루를 온몸에 칠하면 표본실의 해골처럼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은 희망을 품는 여성이 이 세상에 꽤 많다는 것과 그렇게 많은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살덩이를 더욱 풍성하게 부풀려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 착각은 거의 중증에 가깝다. 다이어트 세상에서 단연코 힘든 이들은 여성이다. 근본적으로 체지방이 많고 음식을 접할 기회가 빈번한 이들이 날씬해야 한다는 개인적·사회적 요구를 숙명처럼 받아들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강의를 하는 필자의 특성상 체중에 고민인 많은 사람, 특히 여성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다 괜찮은데 뱃살이 특히 고민이라는 여성. 뱃살은 확실히 문제로 보이지만 괜찮은 부분은 찾기 힘들다. 두달 전 시어머니와 다투고 사이가 벌어진 후 살이 찌기 시작했다는 여성. 두달 전 시작된 비만으로 보기 힘들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후 밥맛을 잃었다는 여성. 말과 달리 몸은 여전히 밥맛이 좋은 형상이다.

비만한 자들은 원인을 직시하기에 앞서 변명과 구실 찾기에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얼마 전 “비만은 핑계라는 무대에서 춤춘다”는 도발적인 격언을 내놓기도 했다. 각종 핑계를 대며 살을 빼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뭄에 콩 나듯 살을 찌우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자신의 뱃살을 부여잡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의 속사정을 알 턱 없으니 밥맛이라는 듯 눈을 흘기기 일쑤다.

살찌고 싶어 고민이라는 자를 밥맛 없다고 여긴 이들은 정작 밥맛이 좋아 고민이다. 해가 짧아 밤이 길어지면 먹을 것인가, 참을 것인가의 고민도 길어진다. 결국 무언가를 먹는 걸 견뎌내 소화기관에 음식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뇌 시상하부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낼 정도의 강인한 정신력이라면 온갖 난관을 극복해 위대한 자의 반열에 반드시 들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우리들은 그저 위대胃大해질 뿐이다. 우리의 환경 역시 우리를 위대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우리는 몸을 움직일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최초의 인류다. 청소기를 돌려 청소를 해결하고 빨래는 세탁기,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의 도움을 받는다. 아빠가 전동공구로 나사를 풀거나 조이고, 전동톱으로 나무를 자른다. 각종 교통수단에 의지하므로 걷거나 뛸 일도 그리 많지 않다. 손과 발, 이를테면 우리 몸의 포식기관을 고단하게 움직이지 않고도 자동차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곳의 열량 높은 음식을 포식하고 돌아오는 삶이 우리의 일상이 돼버렸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란 거다.<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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