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돌려막기 불펜 선수로 경제 위기 넘길 수 있나 
[양재찬의 프리즘] 돌려막기 불펜 선수로 경제 위기 넘길 수 있나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12
  • 승인 2018.11.05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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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말 노아웃 만루 위기 맞은 ‘J노믹스’
9월 주요 경제지표는 온통 마이너스였다.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영향을 미치는 경제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회자되는 이유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9월 주요 경제지표는 온통 마이너스였다.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영향을 미치는 경제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회자되는 이유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2018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가 한창이다. 지금 한국경제 상황을 야구에 빗댄다면 퀄리티 스타트는커녕 경기 초반, 3회 말에 선발투수와 포수 등 배터리를 함께 교체해야 할 급박한 상황에 몰렸다. 임기 5년 정부에서 출범 1년 5개월 만에 이미 숱한 사인 미스로 인한 갈등과 실책, 포볼, 데드볼, 안타를 두들겨 맞고 적지 않은 점수를 내줬다. 게다가 선발투수가 책임져야 할 주자가 루상에 전부 나가 있는 만루 위기다. 

상황의 심각성은 10월 마지막 날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생산과 소비, 투자 동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온통 마이너스다. 제조업,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모든 산업의 생산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 만에 최악이다. 실물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지만, 민간소비는 되레 둔화하고 있다. 추석이 낀 9월임에도 소매판매가 2.2% 감소했다. 승용차 판매도 12.4% 줄었다. 정부가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꺼내든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가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소비가 냉각됐음이다. 

특히 걱정스러운 부분은 설비투자 감소다. 9월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9.3%다. 전달 대비로는 2.9% 늘었다지만,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에 따른 반도체 효과를 빼면 -8.9%다. 7개월 연속 설비투자 감소는 외환위기 이래 20년 만의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이다. 

게다가 기업가들이 느끼는 앞으로의 경기동향 판단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또한 좋지 않다.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영향을 미치는 경제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항간에 회자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세계경제 상황이 괜찮은데 유독 한국만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을 구가하는 미국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태세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비유하며 닮지 말자던 일본에서도 일자리가 넘쳐난다. 

반면 한국에선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운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실업률이 높아졌다. 낙담하던 대학가에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11월 금리인상조차 불투명해진 가운데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경제예측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쁠 것으로 내다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왜 투자와 생산, 소비가 동반 부진한가. 선발투수와 포수, 타자 등 선수들의 기량 탓만 해선 안 된다. 감독 격인 문재인 대통령이 전략과 전술, 즉 경제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자책하면서 스스로 물어보아야 마땅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위기대응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잘못된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경제수장이 필요할 때다.[사진=연합뉴스]
지금은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경제수장이 필요할 때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살자”는 표현을 11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대 축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ㆍ생산ㆍ고용 지표의 악화로 경제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경제정책 기조 불변으로 답한 것이다.


그러나 함께 잘 살려면 나눌 빵부터 키워야 한다. 있는 빵을 나누는 것으론 부족하고, 오래 갈 수 없다. 반시장ㆍ 반기업의 정책 역주행을 멈추고, 투자 등 기업활동을 자극할 과감한 규제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경제라인 투톱의 교체가 기정사실화됐다. 그런데 청와대가 언론에 흘려 여론을 떠보는 듯한 후보군은 미덥지 않다. 이미 정부 내에서, 청와대에서 일하거나 과거 정책실패 경험이 있는 불펜 선수급으론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 

선발 투톱 배터리가 주고받은 공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음이 기록(높은 실업률, 확대된 소득격차, 낮은 성장률 등)으로 입증된 이상 구질과 속도가 다른 특급 투수와 포수를 기용해야 할 것이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에 대해 “그것이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라고 털어놓는 투수로는 안 된다.

다른 수비수와 공격수들을 실력과 논리로 이끌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한 이헌재 전 부총리와 같은 인물이 요구된다. 필요하면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도록 건의하고 관철해낼 수 있는 소신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시장이 인정하고, 관중이 박수 치며 만루 위기 상황을 떨쳐내고 만회할 점수를 뽑아낼 ‘경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지 않겠는가.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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