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경제지표 분석해보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1%, 국내총투자율 31.2%, 취업자 수 31만600명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지표다. 호황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괜찮다’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정부는 이 무렵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다”면서 낙관론을 펼쳤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모든 지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꺾였다. 정부는 여전히 “침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의 관점은 다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08년 이후 경제지표를 분석했다. 

한국경제의 주요 지표가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경제의 주요 지표가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평가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이다.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수사修辭는 아니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00명에 그치며 ‘고용 쇼크’ 발생한 8월에도 별다른 우려를 나타내지 않았을 정도로 정부는 ‘낙관적’이었다.

이런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0월 최근 경제동향’이다. 기재부는 “투자·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에 후한 점수를 줬다.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건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인식은 완전히 달랐다. 특히 5~6월을 기점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6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시장의 관점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경기 국면은 경기후퇴에서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이 내수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침체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2017년 3분기가 정점 = 낙관론이냐 침체론이냐, 과연 누구의 말이 맞았을까. 경기의 과거·현재·미래를 나타내는 지표를 보면 시장의 우려가 맞았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98.6을 기록해 지난해 5월 100.7 대비 2.1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100 이하를 밑돌고 있다. 올 4월 이후를 기준으로 삼으면 그마저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 5월 ‘정점’에 올라섰다가 내리막을 걸었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3분기 정점(1.4%·전분기 대비)을 찍은 뒤 곤두박질쳤다. 이는 2015년 3분기 1.2% 성장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는데, 그 이후 분기별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1.0%)를 제외하곤 모두 0%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유독 우리나라만 GDP 성장률이 꺾였다는 점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1월 최저치를 찍은 뒤 반등을 거듭했다. 미국의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3.5%(연율 기준)였다. 중국 역시 성장률이 정체되긴 했지만 같은 기간 6.5%(연율 기준) 성장률을 찍었다.

◆ 다른 지표들의 2017년 성적표 = 힘없이 꺾인 건 GDP 성장률만이 아니다. 국내총투자율, 1인당 총소득(GNI) 등 다른 지표들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무너졌다. 국내총투자율은 지난해 31.2%를 기록하며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2분기 31.0%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30. 4%를 기록한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7.5% 증가하며 2011년 이후 가장 큰폭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한 1인당 총소득(GNI)도 기세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 우울한 9월 성적표 = 이런 상황에서 10월 마지막날 발표된 ‘9월 산업활동동향’ 성적표는 충격적이었다. 산업생산은 5년6개월 만에 가장 큰폭으로 하락했다. 10월 전산업생산은 106.6(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108.0) 1.3% 감소했다. 9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08.8(2015년=100)로 전월(111.2) 대비 2.2% 하락해 지난해 12월(-2.6%)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설비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9월 설비투자는 2.9% 증가하면서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19.6%)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18.4%) 투자가 모두 줄면서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3%나 감소했다.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전망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 99.2(2015년=100)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여유만만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동향이 부진한 이유로 추석 연휴 탓에 조업일수가 단축된 것과 투자가 부진한 것을 꼽았다. 김 부총리는 “선행지표만 가지고 경기 침체를 이야기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다른 거시지표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경기 국면의 전환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의 목소리는 더 예민해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한국경제는 전형적인 침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수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경기 안정을 위해 연말까지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고 11월 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 등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와 고용의 추가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하락세를 띠고 있는 한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규제는 발목이 잡혀 있고,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에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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