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운송업에 진출한 쿠팡의 위험요인

‘쿠팡맨’ ‘로켓배송’으로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받아온 이머커스 업체 쿠팡이 택배운송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설립해 국토교통부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았다. 대구시에 전기화물차를 이용한 친환경 배송 전초기지도 마련했다. 쿠팡은 대기업들이 장악한 택배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쿠팡의 신사업 택배운송업을 둘러싼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쿠팡이 택배운송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이 안정되면 3자 물류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이 택배운송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이 안정되면 3자 물류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이 택배운송사업을 시작한다. 10월 26일 쿠팡은 “11월 중 대구광역시에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첫 캠프를 열고 본격적인 택배운송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쿠팡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는 경유 택배차량 대신 전기화물차를 활용하고 배송인력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쿠팡의 택배운송업 진출은 이미 예고됐던 바다. 지난 5월 쿠팡은 배송 전문 자회사 CLS를 설립하고, 국토교통부에 신규 택배사업자 승인 신청을 냈다. 국토부는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9월 7일 업체 명단을 발표했는데, 쿠팡의 CLS는 건영화물과 함께 신규업체로 허가를 받았다. 쿠팡이 CLS 공식 출범을 선언한 배경이다.

CLS의 첫 캠프로는 대구가 낙점됐다. “이미 대구 지역 전기차 전문업체 등 국내 전기차 업체들과 수차례 테스트를 진행해왔다”는 쿠팡 측은 “대구캠프는 전기화물차를 사용한 친환경 배송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운송업에 이용될 차량은 제인모터스의 친환경화물차인 칼마토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1일 대구시에서 있었던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및 산업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이 그 방증이다. 

쿠팡은 지난 1일 대구시, 제인모터스(기술개발과 생산), GS글로벌(완성차 판매 및 부품 유통), GS엠비즈(차량 정비), 대영채비(충전기 개발ㆍ보급ㆍ운영)와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 및 산업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에는 ‘쿠팡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친환경차 도입을 위해 제인모터스의 1t용 전기화물차 10대를 우선 도입ㆍ운영하며, 향후 전기화물차 도입을 확대해 나간다’ ‘제인모터스는 쿠팡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적절한 1t용 전기화물차를 우선적으로 공급한다’ ‘대영채비는 쿠팡 배송차량에 맞춰 전기화물차 운영 환경에 맞는 충전기를 개발ㆍ보급ㆍ운영ㆍ관제해 최적의 충전환경을 조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특정업체들과 관련 협약을 상당히 진척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당분간 기존의 로켓배송 물량을 처리하게 된다.[사진=쿠팡 제공]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당분간 기존의 로켓배송 물량을 처리하게 된다.[사진=쿠팡 제공]

실제로 쿠팡은 친환경 택배차량 도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오며 대구시 달서구 일원에서 제인모터스의 전기화물차로 사전테스트를 실시했다. 전기화물차 양산을 앞둔 제인모터스의 전기화물차를 10대 우선 구매해 운영할 계획도 세웠다. 

쿠팡의 또다른 혁신은 배송인력들을 개인 소유차량을 등록해 영업을 하는 지입제 계약이 아닌 CLS의 직원으로 고용한다는 데 있다. 쿠팡 측은 “쿠팡은 그동안 쿠팡맨을 모두 직접 고용해왔으며 CLS 역시 배송인력을 직접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 소속 쿠팡맨들에게도 CLS 신규 채용의 문을 열어놨다고 덧붙였다. “CLS 배송인력들은 지입제 계약 대신 회사의 직원으로 고용돼 급여는 물론 각종 보험과 연차 등을 보장받게 된다. 기존의 쿠팡맨들도 CLS 초기 멤버로 지원할 수 있다.”

3자 물류 가능할까


‘쿠팡맨’과 ‘로켓배송’이 있는데도 쿠팡이 택배운송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택배운송업을 하게 되면 자사 물량뿐만 아니라 3자 물류(위탁상품 배송)를 통해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고 주52시간 근로제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불법 운송행위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의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이 45.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는 각각 12.2%, 12.6%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공룡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신생업체나 다름없는 쿠팡이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CLS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쿠팡이 3자 물류를 확대하면 강점으로 내세웠던 물류서비스의 질質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물론 쿠팡 측은 “CLS가 안정화되면 그땐 3자 물류도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준비해야 할 게 더 많다”면서 “CLS는 당분간 로켓배송 물량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3자 물류를 하지 않는다면 쿠팡이 새로운 도전을 할 이유가 없다.

전기화물차도 ‘쇼잉(showing)의 수단’에 그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친환경 전기화물차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검증된 1t용 상용모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화물차 비용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전기화물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만 해도 기존 화물차보다 많이 비싸기 때문에 비용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송인력을 쿠팡맨처럼 직접 고용한다는 구상도 위험요인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2017년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늘리고 그중 60%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정규직 쿠팡맨 수는 김 대표의 호언장담에 한참 못 미치는 약 35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측은 쿠팡맨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고된 근무환경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봉을 이유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그만큼 많다. 쿠팡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한 로켓배송과 쿠팡맨 유지비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쿠팡은 “국토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니 우리도 택배운송업을 시작해보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스스로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쿠팡은 다른 측면에서도 실적이 좋지 않다. 나쁜 상황의 타개책인지, 돌파책인지, 아니면 배송을 늘리기 위한 단순한 포석인지 알 수 없다. 늘 그랬듯 쿠팡은 밑그림은 원대하지만 그 그림대로 시장이 흘러가진 않았다. 이번에도 밑그림은 있지만 세부 목표, 계획은 모호하다. 공룡들이 던진 모호한 출사표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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