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변심까지 포용하라

세분화된 단위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기대는 끝없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어제 원했던 것뿐만 아니라 지금 원하는 새로운 욕구까지도 기업이 수용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번엔 나비 같은 소비자(butterfly consumer)에 대응하는 기업의 자세를 살펴봤다. 

수많은 정보와 프로모션이 쏟아지는 시대에선 특정 브랜드를 향한 충성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수많은 정보와 프로모션이 쏟아지는 시대에선 특정 브랜드를 향한 충성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의 소비자는 나비처럼 쉽게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butterfly consumer다. 하나의 브랜드를 오래 선호하고 고집하지 않는다. 왜일까. 수많은 공짜 샘플, 일상화된 가격할인, 그리고 매력적인 여러 프로모션이 사방에서 소비자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미국 액센추어(2017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정 브랜드의 로열티는 3년 전보다 훨씬 감소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78.0%에 달했다. 브랜드 로열티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기업이나 브랜드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소비자가 늘어난 셈이다. 소비자트렌드 조사업체인 트렌드워칭닷컴은 “앞으로 소비자의 변심을 받아들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에 맞춰주는 기업이 궁극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많은 정보와 프로모션의 홍수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를 향한 충성은 고사하고, 자신의 니즈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을 때, 직접 제품을 대면할 때, 종업원의 설명을 들을 때…, 매 단계에서 마음이 달라진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충동적으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결정을 한 뒤에 후회하거나 결정을 번복하게 되는 일도 왕왕 있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변심에 관대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달 전에 비행기를 예약한 승객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승객은 아침 9시에 뉴욕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일찌감치 예약해 놨다. 헌데 출국 당일 생각보다 차가 막히지 않아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마침 8시에 떠나는 비행기 좌석이 남아있는 상황. 이럴 때 승객이 스케줄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승객이나 남은 자리를 채울 수 있는 항공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만약 이 승객이 과로 탓에 피곤한 상태라면 추가 비용을 내고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나아가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로 바꾸는 것까지 허용해주면 어떨까. 이런 상황은 병원이나 레스토랑, 영화관 등 여러 곳에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선택의 순간 판매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대안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제품을 후회하는 고객에게는 좀 더 관대해지는 건 어떨까. 온라인 쇼핑은 비대면 판매의 특성상 충동구매가 잦고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반품에 상당한 비용과 불편함을 부담해야 한다면, 그런 경험이 몇번 되풀이된다면 고객은 더 이상 그 쇼핑몰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의 구매 또는 방금 전의 구매를 후회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좀 더 간편하고 효율적인 대책이 있으면 소비자는 더 행복하게 쇼핑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악의적인 변심이 아닌 한, 자신도 모르게 이랬다저랬다 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주시길…. 심지어 경쟁자의 제품을 사는 소비자의 마음까지도 포용해주는 기업이 멀리 내다보면 고객의 오랜 파트너가 될 것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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