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

유명 브랜드들의 특징은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사진=뉴시스]
유명 브랜드들의 특징은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사진=뉴시스]

누구에게나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 자신의 취향을 자극하는 브랜드를 찾고 소비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가. 우리의 어떤 성향이 브랜드에 반응을 하는 걸까. 김동훈의 「브랜드 인문학」은 32개의 브랜드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다.

이들 브랜드를 정체성ㆍ감각과 욕망ㆍ주체성ㆍ시간성ㆍ매체성ㆍ일상성 등의 키워드로 범주화해 풀어낸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고유의 역사성과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들을 통해 메시지를 얻고, 정체성을 마주한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의미를 살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브랜드 자체가 갖는 정체성을 선호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유명 브랜드들의 특징은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호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들여다봄으로써 나의 욕망이 어떤 감각에 자극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접속과 배치를 통해 특정 방향으로 향하던 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면서 “무엇과 접속하고 싶은지는 나를 자극하는 대상과 내 욕망의 문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프라다에 끌린다면 우아한 실용성이, 발렌시아가에 끌린다면 귀족적 품위가 자신이 지향하는 감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는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다. 저자는 샤넬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잠재력을 능력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샤넬은 한동안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미국으로 돈 벌러 갔기 때문에 친척 집에서 성장했다며 가상의 자아상을 꾸며댔지만, 사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시골 수도원에서 고아로 성장했다. 연인 보이 카펠이 사고로 죽자 샤넬은 절망 속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 악취 나는 과거 속에서 수도원 시절 가꾸던 시나몬ㆍ레몬의 향기를 기억해내 향수 ‘넘버5’를 만들어 재기한다.

저자는 “누구나 상처를 겪지만, 과거의 아픔을 어떻게 승화하느냐에 따라 그 기억은 능력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과거는 감각 자극을 통해 욕망과 결합해 능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끌어낸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각자의 욕망을 어떻게 추상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지 감지할 수 있는데, 여기에 신비한 창의력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발렌시아가는 엘 그레코 같은 스페인 화가들에 대한 경외감을 패션에 표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7세기 프랑스 로코코 화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빈의 장식미술에 끌렸던 베르사체는 황금색 안에 성聖과 속俗을 섞고, 지방시는 패션 창작에 ‘고딕성’을 접목했다. 저자는 “브랜드 취향은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창의력을 깨우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다”고 정의한다. 아울러 “감각의 자극을 통해 우리가 새롭게 눈뜨기를 바라지만, 결코 어느 하나의 자극에 안주하거나 종속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불러세웠다」
원영 스님 지음 | 수오서재 펴냄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한다. 모두들 이기기 위해 달리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깨닫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저자도 그랬다. 그는 차창 위에 떨어져 있는 메마른 낙엽 한 장이 “어디로 가느냐”며 던진 물음에 답하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나둘 깨달은 것들을 책으로 옮겼다. 저자는 독자들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기를 권한다.

「인공생명의 탄생」
크레이그 벤터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2010년 3월. 세계 최초의 합성생명 형태가 창조됐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인류는 생물학 연구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늘어난 수명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종을 고안할 지식을 갖춘 것이다. 합성생물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합성생명의 창조과정을 책에 담았다. 또 정보처럼 생명도 빛의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른바 ‘생명의 3D 프린터’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았다.

「농부에게 길을 묻다」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지음 | 아이들은자연이다 펴냄


유기농사는 그저 자연에 기대는 농사가 아니다. 같은 작물이라도 농사짓는 방법이 다 다르다. 자연을 따르면서도 농산물이 풍부한 영양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유기농사의 핵심이다. 이 책은 긴 세월 농작물을 관찰하고 연구한 끝에 얻은 지식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농작물을 잘 기르고, 소비자와 건강한 음식을 나눌 수 있는지도 다룬다. 유기농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 읽을 만하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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