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의 집 사업에 총 1305억원 혈세 투입
대한적십자사 1033억원 민간혈액원 272억원
대한적십자사는 감사원·국정감사 피감기관
반면 민간혈액원은 아무런 감사 절차 없어
감사 없이 혈세 투입한 사업, 실적 하락 중

정부는 민간혈액원에 국고 보조금 272억원을 쏟고도 사후 감사를 하지 않았다.[사진=게티이미뱅크]
정부는 민간혈액원에 국고 보조금 272억원을 쏟고도 사후 감사를 하지 않았다.[사진=게티이미뱅크]

정부가 헌혈의 집을 짓는 데 국고를 쓰고도 감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입수한 ‘헌혈의 집 설치 사업 국고보조금 교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03개의 헌혈의 집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데 투입된 비용은 총 1305억원에 달했다. 낮아지는 헌혈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방책이었다.

이 돈은 우리나라에서 헌혈의 집을 운영하는 기관인 ‘헌혈의 집(대한적십자사)’ ‘헌혈카페(한마음혈액원)’ ‘헌혈센터(중앙대병원)’ 등 3곳에 흘러갔다. 여기서 문제는 민간혈액원인 한마음혈액원과 중앙대병원에 들어간 272억원에 이르는 국고다.

이들 혈액원은 13년 동안 단 한번도 헌혈의 집 사업의 감사를 받지 않았다. 국정감사, 감사원의 피감기관이자 매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회계 내역을 공개하는 대한적십자사와 달리 민간혈액원은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민간혈액원 측은 “보건복지부의 사업 실적 평가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헌혈의 집을 운영하는 대한적십자도 밟고 있는 절차다. 정부돈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대한적십자와 다를 게 없는 한마음혈액원과 중앙대병원이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한적십자의 숱한 문제점이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혈액원을 감사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 사업의 성적표가 ‘낙제’ 수준이라는 점이다. 국내 헌혈실적은 2015년(308만명)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지난해 전체 국민 대비 헌혈률은 5.7%에 불과하다. 헌혈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정부돈을 투입했음에도 헌혈률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헌혈업계 관계자는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혈액을 제공하는 순수 봉사행위인 헌혈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데, 고민 없이 예산만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헌혈의 집 설치 사업이 사후 감독 없이 관성처럼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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