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이해하는 세 가지 인구 프리즘

인구에 관한 사회적 · 역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인구에 관한 논의는 사회적 · 역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윤정현의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는 인구문제를 지리적 관점에서 다룬 교양서다. 저자는 ‘사회학ㆍ역사학 등의 사회과학이 융합된’ 지리적 관점이라고 소개하지만 선뜻 이해가 가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지리 수업시간에 다산다사ㆍ다산감사ㆍ감산소사ㆍ소산소사 등의 인구 모형을 처음 배웠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그리 의아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왜 이런 시도가 별로 없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현직 지리 교사인 저자는 시작부터 다르게 접근한다. 철저한 통계 분석을 통해 현재를 진단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예언자적 접근에서 벗어나, 인구수보다는 인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심층적으로 알아내려는 관찰자적 접근이다. 인구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를 차근히 설명하고 있다. 그간 딱히 관심 없었을 저출산과 고령화, 심지어 맬서스라는 학자의 이름조차 익숙하게 느껴진다.

인구 관련 사회 문제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진다. 그렇다면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은 정말 문제이기만 한 걸까. 문제라면 누구에게 문제일까, 좋은 점은 없을까. 우리 사회는 ‘저출산ㆍ고령화=문제’라는 프레임을 정해놓고 논의를 펼친다. 출산이라는 영역은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결정하는 다분히 사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왜 국가적인 차원에서 출산을 장려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에게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사소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현재의 인구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면 ‘인구 수數’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정작 인구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개체인 ‘인人’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출산 당사자이자 주체인 여성과 남성의 입장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선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인구와 관련된 저서 대부분이 경제ㆍ경영서 혹은 자기계발서처럼 출간되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인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미래 사회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분뿐만 아니라 인권ㆍ양성평등과 같은 사회적인 부분과 과거의 현상을 되짚어 보는 역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구라는 주제는 재미없고 비관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 책은 소설ㆍ시와 같은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회화ㆍ영화와 같은 예술 작품, 시사, 국가 정책까지 인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꺼내어 사회를 들여다본다. 본문과 함께 제시된 50여개의 자료와 수많은 기존 연구 결과들을 읽다 보면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방향의 인구 이야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저자는 저출산ㆍ고령화ㆍ맬서스라는 세 가지 인구 프리즘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인구 절벽’ ‘민족 소멸’ 등 그럴싸한 레토릭만 떠다니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 줄 인구 교양서가 반갑고 신선하다.

세 가지 스토리

「원숭이 신의 잃어버린 도시」
더글러스 프레스턴 지음 | 나무의철학 펴냄


2015년 중앙아메리카 깊은 정글에서 세기의 관심을 모은 고고학 발굴이 이뤄졌다. 전설 속에나 존재할 것 같았던 ‘황금 도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거다. 이 도시가 허구가 아님이 밝혀지면서 인류의 기원과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 다양한 단서들이 나타났다.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가설과 연구들도 탄생했다. 특파원이었던 저자는 당시의 상황을 책 속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유물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정의를 판가름하는 일은 언제나 논쟁의 여지가 많다. 입장과 보는 관점에 따라 옳다고 믿는 이치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어서다.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정의만을 진짜 정의라 여기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다. 이 책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ㆍ사회적 요인을 파헤친다. 저자는 그들의 행동의 밑바탕이 정말 순수한 정의로움인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탐식생활」
이해림 지음 | 돌베개 펴냄


모든 이들이 맛을 탐하는 시대가 됐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행위는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이 책도 탐식을 새롭게 정의한다. 흔히 탐식을 부정적인 의미로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이 책에서는 음식의 맛을 좇으며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는지를  뜻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즐겨먹던 식재료와 음식들을 조금만 더 탐구해보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우리의 일상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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