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 여전
제한적 반등 전망

국내 주식시장이 대외변수에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슈에 2000포인트 선이 무너지기도 했고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기둔화 우려, 기준금리 인상 이슈까지 국내 증시를 괴롭히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국내 증시의 전망을 “제한적 반등”이라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명이 내다본 ‘미 중간선거 후 증시’를 분석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주식시장이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증시가 대외 불확실성에 출렁였다. 본격적인 하락세가 나타난 건 지난 10월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미 중간선거 불확실성,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이 겹치면서 주가는 빠르게 하락세를 탔다. 코스피지수는 10월 23일 2106.10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5거래일 연속 종가기준 연저점을 경신하며 폭락했다.

급기야 10월 29일에는 ‘검은 월요일’이 주식시장을 강타했고 심리적 저지선인 2000포인트 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96.05포인트를 기록해 2016년 12월 7일(1991.89포인트) 이후 2년 2개월 만에 2000포인트 선을 내줬다. 외국인 투자자는 5거래일 동안 1조5922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10월 한달 동안 기록한 순매도세(3조9987억원)의 39.8%에 달하는 물량이다. 여기에 반대 매수로 주가를 지탱하던 개인투자자까지 3320억원의 매도세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그러자 주요 증권사는 11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미 중간선거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 등 시장을 흔들 변수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 이슈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하원 승리, 공화당의 상원 승리라는 시장의 전망이 빗나가지 않았다. 그 결과, 10월 코스피 시장에서 4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쏟아냈던 외국인 투자자도 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11월 들어 1조979억원(지난 8일 기준)의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얘기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 중간선거 결과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최근 코스피의 움직임도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11월은 반등을 예상했고 실제로 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며 “주가가 저평가 상태라는 점도 반등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반전 스토리를 쓰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도 국내 주식시장의 전망을 ‘제한적 반등’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가능성, 미국 금리인상 우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다. 시장엔 여전히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코스피지수는 2096.0포인트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71.54포인트(3.53%)나 급등했다. 2011년 12월 3.72% 상승 이후 7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코스피를 끌어올린 요인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6개월 만에 통화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져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시진핑 중국 수석과 좋은 대화를 가졌다”며 “여러 이슈와 무역 문제를 두고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미 중간선거 영향 크지 않아

하지만 화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1월 29일 G20 회의를 앞두고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어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양국이 단계적인 타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급진적인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무역전쟁 기조를 약화하거나 입장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더 살펴봐야 선거용이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며 “국내 증시 반등도 이런 전제 조건이 해결돼야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장을 안심시킬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정상회담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엄청난 합의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관련이 있다”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백인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는 무역분쟁 이슈를 당장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도 국내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리서치센터장들도 미국의 금리인상과 주요국의 경기둔화를 증시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한 건 각 국가에 국한된 이슈 때문이 아니라 주요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공통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해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며 “이는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는 영역이라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증시 회복의 걸림돌이다. 12월 금리인상을 예고한 연준과 금리 격차를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11월 금리를 인상하면 0.75%포인트(이하 상단 기준)의 금리 격차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금리 격차가 1.0%포인트로 확대될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금리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건 막아야 한다”며 “지금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우려했다.

대외 불확실성 여전해

이에 따라 주식투자는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할 전망이다. 모멘텀을 노리기보다는 실적이 좋고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에 투자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반도체 착시효과를 빼면 국내 산업의 상황도 좋지 않다”며 “주가가 더는 하락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 오랫동안 지루한 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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