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법인분할 논란

한국GM의 법인분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법인분할이 한국에서의 생산라인을 정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을 상대로 법인분할 중단 소송까지 제기했다. 한국GM은 “한국 철수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얽히고설킨 법인분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GM과 노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국GM 법인분할을 둘러싼 노사정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GM 법인분할을 둘러싼 노사정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GM이 법인분할에 나섰다. 지난 5월 8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는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을 통해 비토권(거부권)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거부권은 자산 매각을 막기 위한 용도로 받은 것이라 법인분할을 저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GM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중노위가 법인분할 관련 내용은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결국 한국GM의 법인분할을 막을 방법도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GM 법인분할을 둘러싼 문제는 무엇일까.


법인분할은 한국GM의 주장과 달리 한국GM과 미국GM의 효율적인 차량 개발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지금은 가성비 좋은 차량을 개발하고 보급해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차량 판매라는 기본 원칙을 따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철수와 존립의 문제가 심각한 지금은 법인을 나눌 타이밍도 아니고 우선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에 연구·개발 부문과 생산 부문을 분리하는 곳도 한국GM이 유일하다. 산업은행과 노조가 크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인분할 한국GM이 노리는 건 무엇일까. 5000명 이상의 연구·개발직은 개발능력이 우수해 GM이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다. 게다가 노조와도 무관하다. 부평에 위치한 시험시설과 주행시설도 매우 뛰어나 연구 인력과 함께 가성비를 높이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생산직은 시설 점거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극에 달해 미국GM 입장에도 가장 골치 아픈 존재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고비용 저생산의 근본 원인이 노조라는 걸 생각하면 법인분할을 통해 처리하려는 생각이 컸을 것이다. 필자가 한국GM의 법인분할을 두고 시설이나 조직을 처리할 때 쓸 만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비용·저생산, 강성노조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든 노조에도 분명히 책임은 있다. 한국GM 노조의 힘은 갈수록 약해질 공산이 크다. 노조가 고비용·저생산을 지속하면서 투쟁의 강도를 높이면 GM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국GM 노조도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최소한 고비용·고생산·고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 노조 정리해고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실사 결과도 보지 않은 채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한국GM이 다양한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걸 미리 인지했어야 한다. 메리 베라 GM 최고경영자(C EO)는 2015년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인 시장에서 철수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전세계 15개 공장이 문을 닫았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감안하면 한국GM도 당연히 철수 대상이다. 공적자금으로 한국GM을 국내에 머무르게 하긴 어렵다. 철수시기를 늦추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를 볼모로 잡혀 공적자금만 날리고 호주처럼 철수하는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혁신을 꾀해야 한다. 국내 투자 여건부터 바꿔 한국GM이 머물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GM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노조에 주장을 뒷받침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한국GM이 진정성을 입증할 방법은 좋은 차를 만들어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일이다. 국내에 남겠다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한국GM의 진정성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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