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좋은 시절 끝났나

국내 금융지주사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은행 부문에서의 이자이익 증가로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성장세가 내년부터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기둔화와 정부의 대출규제로 은행부문의 수익이 둔화될 게 뻔해서다. 하지만 이를 대신할 비은행 부문을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금융그룹 호시절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융그룹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국내 금융지주사가 실적 성장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을 끌어 올린 원동력은 단연 ‘이자수익’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16조7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도 3조7276억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문제는 금융지주사의 호시절이 끝났다는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꺼내든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승창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은행의 차주별 대출자산 구성이 비슷해져 은행업에서의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시장금리·환율 등의 전망도 은행업종에 긍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내년 은행 업종의 순이익이 4년 만에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의 비은행 부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비은행 부문이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카드는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고 성장세를 보이던 증권도 주가 하락으로 힘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보험 부문의 실적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생명보험의 경우, 대형 3사(삼성·교보·한화)의 시장점유율이 47.0%(올 1분기 기준)에 이른다. 손해보험 대형 3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은 54.7%에 달한다(올 상반기 기준).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유승창 애널리스트는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경우 상위 기업의 과점도가 높다”며 “대형사의 인수합병이 아닌 자체성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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