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성역인가 

서울시가 2016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지급한 약 8억원의 노동단체지원금. 민노총 총연맹의 자체 감사보고서에서 이 지원금은 허투루 쓰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그 8억원이 서울시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유를 들어보려 해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담당 서기관은 해명할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시와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짚었다. 그들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도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에 관한 입장을 묻는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도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에 관한 입장을 묻는 인터뷰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사진=연합뉴스]

더스쿠프(The SCOOP)는 2017년 8월(통권 252호)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노동단체지원금을 허투루 쓰고, 서울시는 감사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올해 10월(통권 311호)에는 민노총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엉터리였다는 내용을 담은 민주노총 총연맹의 자체 특별감사보고서를 단독입수해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노동단체지원금이 누군가의 배를 불리거나 낭비된 흔적이 오롯이 적혀 있었다. 

당초 민노총 총연맹은 서울본부가 노동단체지원금을 받아 사용하는 걸 반대했다. 내규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본부에 사업을 진행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민노총 서울본부는 사업을 강행했고, 감사보고서를 통해 숱하게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민노총 서울본부에 제공된 노동단체지원금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늘 ‘피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서울시민의 세금이다. 

이쯤 되면 서울시가 나서 감사를 하는 게 마땅하다. 민노총 서울본부에 제공된 지원금이 서울시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보도된지 1년이 훌쩍 흘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민노총 총연맹이 작성한 충격적인 자체 감사보고서가 확인됐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스쿠프는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에 관한 서울시의 입장과 향후 조치 계획 등을 묻기 위해 박 시장에게 인터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공보실 관계자는 “(박 시장이) 다른 현안으로 일정이 바빠서 인터뷰를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쉽게도 박 시장은 서면으로도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럼 서울시민이 납부한 세금이 잘못 쓰인 사실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걸까. 공보실 관계자는 “서울시장 대신 노동정책담당관과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할테니 담당관을 통해 입장을 들으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 역시 “인터뷰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더스쿠프 기자와 서울시 노동정책담당관 A씨의 통화내용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A씨 : 입장을 밝힐 사안이 아닌 것 같다. 
기자 : 아무도 답변을 안 하겠다고 하면 서울시민 세금을 허투루 쓴 이 사안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나. 
A씨 : 그건 아니다. 다만 언론에 밝힐 사안이 아니다. 

기자 : 왜 아닌가. 
A씨 : (이 사안을) 언제, 어떻게 처리할 건지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

기자 : 계획은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A씨 : 그런 걸 다 밝혀야 하는가. 보안으로 할 수도 있고.

기자 : 2017년에 기사화 된 후에도 서울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뭘 한다는 건가.
A씨 : 더 이상 말씀드릴 게 없다.

민주노총 총연맹이 자체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저했지만 서울시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총연맹이 자체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저했지만 서울시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사진=연합뉴스]

기자 : 기사에 나간 내용을 다 인정하는가. 
A씨 : (민주노총이) 자체조사를 한 것이지 않나.

기자 : 서울시가 지도ㆍ점검을 엉망으로 했다는 것도 인정하는가.
A씨 : 다시 살펴볼 거다. 

기자 : 무슨 뜻인가. 감사를 한다는 건가. 정확하게 이야기해 달라. 
A씨 : 과거에 있었던 지도ㆍ점검 결과를 다시 볼 거다. 

기자 : 지도ㆍ점검 결과가 잘못돼 있으면?
A씨 : 다 말씀드릴 수 없다. 환수는 법적 조건을 다 따져보기 전엔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 
[※참고 : 더스쿠프 기사에 일부 지원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기자 : 지도ㆍ점검을 할 때도 조건들이 있을 거 아닌가. 그건 다 충족했다고 보나. 
A씨 : 더 이상 말씀 드릴 건 없다.

기자 : 해명할 게 없다는 건가.
A씨 : (서울시가) 해명자료나 반박자료를 안 내지 않았나.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민노총 서울본부에 제공된) 지원금을 감사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니까 안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노동단체지원금은 서울시의 지방보조금이다.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가 쓰임새와 금액을 심의해서 예산으로 편성하고, 향후 정산내역을 받는다. 그런데 사용한 곳에서 어디어디에 썼다고 하면 서울시는 집행계획대로 돈을 썼는지 그 내역만 확인할 뿐이다. 진짜 해당 사업에 썼는지 들여다볼 의무도 없다. 당연히 감사를 받는 돈도 아니다. 지방보조금이 가진 한계가 노동단체지원금으로 드러난 거다.” 

노동단체지원금은 ‘주긴 주되 감사는 안 해도 되는 눈먼 돈’이라는 얘기다. 이 부소장은 “의무적인 감사의 대상이 아닐 뿐 서울시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감사를 할 수 있다”면서 “민노총의 자체 감사를 통해 분명한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건 지금껏 박 시장이 보여온 모습과 많이 다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대충 덮고 가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박 시장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말로만 투명성ㆍ신뢰성 강조

사실 이런 상황에서 모범답안은 뻔하다. “민노총의 자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과 지원금 사용 내역을 면밀히 살펴 사실 여부부터 확인하겠다. 만약 지원금을 허투루 썼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지도ㆍ점검에 구멍이 있는지도 살펴 좀 더 실질적인 검토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그 한마디조차 하기 어려웠던 걸까. 

2016년 당시 민노총 서울본부의 노동단체지원금 사업을 지도ㆍ점검했던 서울시 담당 주무관은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위조된 견적서도 있고, 사용 내역이 정확하지 않았는데도 못 보고 지나쳤다면 내 실수다. 다시 검토해서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박 시장은 “행정 전반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면서 블록체인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투명성과 신뢰성은 무엇일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