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인 계좌 해지 통보 논란 왜 문제인가

더스쿠프(The SCOOP)는 KEB하나은행의 국내 이란인 계좌 해지 통보 논란을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2011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는 이란인”이라고 밝힌 알리 카리미(Ali Karimi)가 이메일 한통을 보내왔다. 그는 평화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의 시중은행이 왜 이란인을 차별하는 조치를 취했는지 알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인 계좌 해지 통보 논란.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란인이 보내온 편지를 공개한다. 무거운 함의가 담겨 있다. 

한국 거주 이란인에 대한 KEB하나은행의 계좌 해지 조치는 국내법에도 어긋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거주 이란인에 대한 KEB하나은행의 계좌 해지 조치는 국내법에도 어긋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일 ‘KEB하나은행이 국내 거주 중인 이란인들에게 계좌 해지를 통보한 조치는 절차상 하자가 있고, 나아가 한국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더스쿠프(The SCOOP)의 기사가 보도된 직후. 한 이란인이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 자신을 알리 카리미(Ali Karimi)라고 밝힌 그는 KEB하나은행의 조치가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10월 5일)한 인물이다.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2011년 한국에 들어와 모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산업디자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알리 카리미는 KEB하나은행의 계좌 해지 조치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고, 은행의 결정은 향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이를 이해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전제하면서도 “한국에 살고 있는 일반 이란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이런 조치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특정 국적에 대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KEB하나은행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미국 등 선진국 은행에선 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차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에 따라 인종 차별이 금지돼 있다. 시중은행이 이 조항을 위반해 계정을 폐쇄하면 민사상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알리 카리미는 “나의 소득과 경비는 아무런 법적 하자 없다. 하지만 이란인이라는 이유로 계좌를 해지해버리면 나도 테러리스트나 돈세탁에 관여하는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한국에도 국적이나 종교, 피부색만으로 은행 계좌를 폐쇄할 수 없음을 규정한 법이 있는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사한 법률을 두고 있는데, 한국은 어떤지 묻고 싶다.” 

 

이용희 IBS법률사무소 변호사는 “KEB하나은행의 조치는 국내법에서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헌법은 공권력의 ‘국민의 기본권’ 침해 제한 규정이지만, 사인私人(은행)에 의한 기본권 침해 제한 규정도 된다. ‘인간이 갖는 기본권’ 규정인 셈이다. 따라서 국내 외국인도 자유로운 계약을 체결할 권리(10조), 차별 받지 않을 권리(11조), 재산권을 보장받을 권리(23조)가 있다. 물론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라면 기본권이 제한되기도 하지만, ‘예방적’ 조치는 기본권 침해 허용 조건이 되지도 않는다. 행여 은행 약관에 차별 가능한 조항이 있다면 그 자체로 ‘고객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조항’을 넣는 걸 금지한 약관법 위반이다. 약관에도 없는 계좌 해지를 과연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리 카리미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한국은 평화로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형 금융그룹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우리가 생각한 한국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 이번 조치는 평범한 이란인들의 삶과 꿈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한국이 정상적으로 인권을 보호해주길 바란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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