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의 역설

유가 급락은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유가 급등만큼이나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제유가는 지난 10월 정점을 찍은 후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조장하는 건 미국이다. 유가의 미래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제유가 하락의 역설적인 상황을 취재했다. 

국제유가가 트럼프 미 대통령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트럼프 미 대통령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10월 고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원유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다. 국제유가 주간 평균 가격을 살펴보면, 연초(1월 2일) 배럴당 64.02달러였던 두바이유는 10월 첫째주 83.02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계속 가격이 떨어져 현재(11월 둘째주)는 68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같은 기간 배럴당 68.53달러에서 75.12달러로 올랐다가 11월 둘째주 57.29달러까지 떨어졌다. WTI의 경우 연초보다 더 떨어진 셈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수요가 받쳐주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7월 내놓은 수요 증가분 전망치는 일평균 145만 배럴이었다. 그런데 11월 들어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129만 배럴로 낮춰 잡았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도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는데, 이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국제유가는 상대적으로 내려간다. 

여기에 공급과잉 우려까지 겹쳤다. 현재 미국은 대對이란 경제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고 있다. 이에 따른 부족분은 미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등의 생산량 확대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미국이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2일 기준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160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원유 재고도 최근 8주 연속 증가세다. 지난 10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도 일평균 1141만 배럴로 소비에트연방 시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란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재개한 지난 5일 에샤크 자한기리 이란 수석부통령은 “이란의 일평균 원유 수출량이 많이 줄었지만, 10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교한 대책을 사전에 고안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해상에서 원유를 다른 유조선으로 옮겨 싣거나 다른 산유국 원유와 섞어 원산지를 불분명하게 하는 수법으로 수출량을 유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시장에 원유가 넘치지 않으려면 역설적이게도 일방적인 핵협정 파기로 시작된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성공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국제유가의 의미 있는 상승 반전을 위해서는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유가 부양의지를 밝히면서 시장 분위기를 조절하거나 미국 원유 재고가 줄거나 재개된 미국의 대이란 석유 제재의 영향이 가시화돼야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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