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 Cycle 우려

글로벌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성장세를 지나 침체로 들어서는 ‘Late Cycle(경기확장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지나친 비관론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지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각종 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장을 흔들 요인은 수두룩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세계경제와 Late Cycle의 상관관계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7년에 바라본 2018년 글로벌 경제는 장밋빛 세상이었다.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완연한 회복세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경제기구는 2018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제시하면서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특히 IMF는 2018년 연초(1월) “선진국의 견조한 성장세를 반영했다”면서 2018년과 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3.7%) 대비 0.2%포인트 높은 각각 3.9%로 제시했다. OECD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8%로 제시했다. 어떤 국제경제전문가는 글로벌 경기가 ‘골디락스(Goldilocks·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상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글로벌 경제가 ‘Late Cycle(경기확장 후반부)’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낙관론 앞에 기를 펴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세계경제의 상황을 전형적인 경기확장 중반부(Mid Cycle)의 모습이라며 레이트 사이클 진입 시점을 2019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하지만 2018년을 2개월 남겨둔 지금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세계경제가 레이트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레이트 사이클 우려를 키운 건 미국 경제다. 2008년 6월부터 올 10월까지 113개월 연속 경기확장세를 기록한 미국 경제가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는 점도 레이트 사이클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회복세를 보이던 유로존의 경기도 신통치 않다. 유로존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하며 2014년 2분기(0.2%)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3분기 성장률이 -0.2%를 기록한 건 충격적인 결과다.

시장 관계자들의 말은 더 심각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지난 10월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5.0%가 세계 경제가 레이트 사이클을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07년 12월의 74.0%보다 1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향후 1년간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답한 펀드 매니저도 38.0%에 달했다.

경기 둔화 전망하는 전문가들

주요 지표도 이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경기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0월 52.1(기준선=50)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54.5(기준선=50)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나마도 4월(53.5) 이후부터는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참고 : PMI 지수 50 이상이면 경기확장]

이 때문인지 글로벌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도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2019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IMF와 OECD의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시장의 경기인식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를 괴롭히는 요인은 미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부채 등 세가지다. 기준금리 인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뒷받침했던 유동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변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 수준을 고려한 적정금리인 테일러 준칙(11월 현재 3.4%)과 미국의 기준금리(2.0~2.25%)가 비슷해지는 시기에 자산시장이 하락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이 아닌 채권시장을 공략하기 때문)를 보인다는 것도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1년과 2008년은 테일러 준칙과 실제 금리가 비슷해진 시기”라며 “현재 테일러 준칙에 따른 적정금리가 3.4%이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대에 도달할 경우 자산시장에는 충격이 몰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화긴축이 경기침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더데일리샷이 1960년 이후 주요 7개국에서 발생한 45번의 경기침체 요인을 분석한 결과, 29번이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이는 자산 붕괴(19번), 부동산시장 붕괴(13번)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부채가 글로벌 경기를 둔화시키는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부채가 글로벌 경기를 둔화시키는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신흥국의 부채 문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의 통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외화부채가 많은 신흥국의 채무 비용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는 곳은 중국과 홍콩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홍콩의 GDP 대비 신용총량 격차 지수(국가별 은행의 부채수준 지수)는 29.8(올 1분기 기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을 넘으면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뜻으로, 홍콩이 신흥국 부실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만(5.5), 싱가포르(10. 9), 멕시코(5.0), 인도네시아(6.0) 등 주요 신흥국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 단기 해결 어려워

마지막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도 나쁜 변수다.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 해결 가능성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이슈를 장기화할 수 있는 데다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미중 양국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 전면전에 나설 경우, 양국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경우 2019년 미국의 GDP 성장률 0.9%, 중국은 1.6%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재용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에 따른 비용부담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것”이라면서도 “양국의 입장 차이가 커 빠른 시일 내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방향은 확장보다는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지나친 비관론은 금물이지만 경기둔화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세계경제는 지금 마지막 확장기를 보내고 있다. 그 다음은 침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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