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땅값 전망

오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던 파주 일대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대화 물꼬를 튼 남북이 여러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유력한 사업 후보지로 떠오르면서다. 실제로 파주는 올해 각종 땅값 관련 지표에서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실제 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파주를 직접 둘러봤다.

파주 땅값이 남북협력 기대감 덕분에 치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주 땅값이 남북협력 기대감 덕분에 치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주’를 둘러싼 숫자들이 뜨겁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파주 땅값 상승률은 8.14%.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의 9ㆍ21 공급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뜨거웠던 서울 땅값 상승률(4.29%)보다 곱절은 올랐다. 민간기관의 조사도 비슷하다. 부동산114의 조사에서도 파주 땅값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6월 상승률이 5.6%에 달했다. 전국 기준으로 1위 상승률이다. 

파주 땅값이 치솟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접경지역인 파주가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정부는 파주 장단면 일대에 ‘제2개성공단’을 만들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일 정도로 구체적이다. 

결국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파주가 수혜를 입을 게 뻔하니,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장은 어떨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파주 인근을 돌아봤다. 파주 금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의 설명부터 들어보자.

“분기점은 1차 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직후 문의가 쏟아졌다. 회담이 훈훈하게 연출됐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열린 영향이 컸다. 그렇게 여름까지 파주 토지 시장은 뜨거웠다. 평당 6만~7만원 하던 땅이 20만~3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실제로 정상회담 이전과 이후의 파주는 달랐다. 2009년 한 건의 토지 거래도 없던 파주시 장단면에선 올해 4월 한달간 총 30건의 손바뀜이 발생했다. 어느 공인중개소를 가든 남북 관련 신문 스크랩 자료가 산더미같이 쌓인 것도 바뀐 점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만 하면 적성면 땅값이 3년 안에 몇 곱절은 뛸 것”이라며 큰소리를 치던 중개사가 있는가 하면 “솔직히 이젠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이던 중개사도 있었다. “굳이 남북 협력 사업의 불확실성을 언급하지 않아도 리스크가 너무 많다. 올해 땅값 상승률이 도드라지는 건 그간의 가격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은 참여정부의 고점도 회복하지 못했다. 내가 10년 전에 이 사무실을 사들였는데, 그때 주인이 그랬다. 2000년대 초반 접경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고 넘겼다.”

GTX A노선 제때 개통될까

실제로 거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올해 4~8월 파주에서 거래된 땅 면적은 총 991만2000㎡(약 300만평). 이중 78.6%인 779만9000㎡(약 236만평)가 관리지역ㆍ농림지역이다. 조만간 개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이 중개사는 “아무리 남북협력을 떠들어도 결국 파주는 사람 사는 곳이다”면서 “사람 살 만한 곳이 돼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당장 시급한 교통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파주 운정~동탄)의 연내 착공”을 공언해왔지만 이는 봄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삽을 직접 뜰 사업자와는 협상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은행 컨소시엄과 협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걸림돌이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 한국개발연구원 심사 등 착공까지 거쳐야 할 법적 절차도 숱하게 많다. 2023년에 완공 예정 역시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파주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GTX-A 사업이 착공에 들어가도 파주는 서울 인근으로 분류되기엔 부담스러운 입지”라면서 “공사 중인 서울~문산 고속도로 정도를 빼면 뚜렷하게 확정된 교통 사업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동치는 땅값과 달리 파주 주택시장은 잠잠하다. 올해 10월 파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8.5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5월과 6월을 제외하곤 모두 100포인트를 넘기지 못했다.[※참고 :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11월 매매가를 100으로 잡고 변화 값을 측정한 지표다. 100 이상이면 가격 상승, 100 이하면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파주시 관계자는 “주택 시장은 시에서 추진하는 여러 개발 프로젝트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면 반전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간의 성과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시는 주한미군 부지였던 봉암리와 백석리 일대 49만㎡(약 14만8000평) 규모의 땅에 2009년 페라리월드 테마파크로 개발하려다 무산됐다. 이후 산업단지로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첫삽을 뜰지는 미지수다. 파주시 문발동 30만㎡(약 10만평) 부지에 들어서는 롯데 복합쇼핑몰 세븐페스타 역시 지역상권 침해와 상생협력 방안 미비로 중단된 이후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표류하는 대형 사업들

고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대표기업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이 회사 설립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실시를 발표하는 등 지역경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발표를 앞둔 3기 신도시가 파주 운정신도시보다 더 좋은 입지를 꿰찰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문제다. 4만 세대 주택 공급이 예정된 운정신도시 3지구 분양이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서다.

김영홍 공인중개사는 “막연히 남북협력 기대감에만 기대 한몫 챙기는 건 허황된 꿈”이라면서 “파주는 다른 수도권 지역과 달리 투자 시 고려해야 할 특성도 많고 미래가 당장 장밋빛인 것도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렇다. 파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고 말했던 2014년 1월에도 땅값이 크게 요동쳤던 곳(1월 0.055%→2월 0.101%)이다. 파주 땅값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꿈틀댔다고 해서 ‘기회의 땅’이 되는 건 아니다. 리스크는 여전히 많고, 과제도 쌓여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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