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끝물… 한국경제 ‘사면초가’
호황기 끝물… 한국경제 ‘사면초가’
  • 강서구 기자
  • 호수 314
  • 승인 2018.11.2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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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 Cycle과 침체 시그널

사면초가四面楚歌.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고용부진, 투자둔화, 소비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흔드는 대외변수까지 예민해지고 있다. 한국경제 안팎에서 ‘침체 시그널’이 울리는 데 대응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는 한국경제의 상황을 더 힘겹게 만들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둔화는 한국경제의 상황을 더 힘겹게 만들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의 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짙다. 낙관론만 펼치던 정부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재부가 발표한 ‘9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는 ‘회복세’라는 말이 사라졌다. 10월에는 ‘투자가 조정을 받고 있다’는 문구를 ‘투자와 고용이 부진하다’로 바꿨다. 정부의 경기인식에 변화가 생길 정도로 한국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경제지표만 살펴봐도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고용·투자·소비·경기인식·산업생산 등 모든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시장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10월 취업자 수는 2709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악의 고용쇼크가 발생한 7월(5000명 증가)과 8월(3000명 증가)보다는 나아졌지만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가 31만명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10월 기준으로 실업률(3.5%)은 2005년(3.6%) 이후, 실업자 수(97만3000명)는 1999년(11 0만8000명) 다음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산업활동동향은 침체를 우려할 정도로 부진했다. 전 산업생산은 5년 6개월 만에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9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9.3%, 10.6% 감소했다. 경기가 부진하니 소비자도 지갑을 닫았다. 9월 소매판매액지수는 2.2% 감소해 지난해 12월(-2.6%) 이후 가장 부진했다.

각종 지표가 부진하니 현재 경기를 판단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9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6을 기록해 지난해 11월(100.2) 이후 10개월 연속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100 이하를 맴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가 레이트 사이클(Late Cycle·경기확장 후반부)에 진입했다는 소식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한국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형 무역국가에 글로벌 경기 둔화는 먹구름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 미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 변수가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경기가 더 빨리 악화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은 전체의 38.9%(미국 27.1% 중국 11.8%·올해 10월 기준)에 이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대외변수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만 봐도 그렇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2월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으면 한미 금리차가 0.75%포인트(상단기준)에서 1.0%포인트로 벌어질 수 있다. 10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4조545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한미 금리차의 확대를 마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금리인상은 경기과열을 잡기 위한 통화정책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한국경제의 둔화속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그나마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건 긍정적이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내년 470조5000억원이라는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재정을 확대해 경기둔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복지 분야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5%에 이른다.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은 이유다. 복지 관련 지출로 구분되는 보조금 및 경상이전 지출의 재정승수 효과(정부의 재정지출이 1단위 늘었을 때 국민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높지 않아서다.

2016년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복지재정의 재정승수 효과는 0.11에 불과했다. 복지에 1조원을 쏟아부었을 때 늘어나는 국민소득이 1100억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는 산업에 지출하는 재화·용역(0.56), 자본지출(0.16)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복지재정을 늘릴 필요는 있지만 이를 통해 경기회복까지 꾀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의 레이트 사이클 진입은 한국경제에도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경기침체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 정부의 안일한 경제 인식이 한국경제를 침체로 밀어 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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