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증시 주도 업종

지난 10월 코스피지수가 1년 10개월여 만에 심리적 저지선인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때만 되면 우리 증시를 괴롭히는 외풍外風이 거세게 불어닥친 데다 미 금리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 리스크가 숱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2019년엔 한풀 꺾인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만한 주도주가 등장할까.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2019년 상하반기 주목할 만한 업종 8개를 꼽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재해석했다. 

엔터주가 올해에 이어 2019년에도 증시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BTS 효과가 엔터업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어서다.[사진=뉴시스]
엔터주가 올해에 이어 2019년에도 증시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BTS 효과가 엔터업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어서다.[사진=뉴시스]

2018년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국내 증시가 말 그대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얘기다. 연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던 코스피 지수는 1월 29일 장중 2600포인트를 뚫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활황은 잠깐이었다. 이내 하락세로 돌아선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다 지난 10월 심리적 저지선인 2000포인트 밑까지 떨어졌다. 2016년 12월 이후 1년 10개월여 만이었다.

대내적인 경제 침체도 우려가 많았지만 무엇보다 외풍에 크게 흔들렸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의 심리는 한풀 꺾였고, 한미 금리역전 현상, 신흥국 부채 부담 등 대외 리스크에 증시가 요동쳤다. 발빠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순매도한 금액만 6조4000억여원(11월 15일 기준)에 달했다.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한 대장주들의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점도 투자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반도체는 호황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고, D램과 낸드메모리의 가격이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제약ㆍ바이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이에 따른 제약ㆍ바이오사들의 연구ㆍ개발(R&D) 비용 자산화 처리 이슈가 터져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2019년엔 어떨까. 올해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외풍은 진행형이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할 업종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최근 주목을 받았던 종목이 침체기에 접어들거나 그동안 부진했던 종목들이 호재를 발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거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분석한 ‘2019년 주식시장 주도 업종’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에는 제약ㆍ바이오, 디스플레이, 인터넷ㆍ게임, 지주회사를 주목해야 한다.  먼저 제약ㆍ바이오 섹터에서 가장 긍정적인 점은 올해 리스크로 작용했던 R&D 비용 자산화 이슈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9월 19일 관리지침을 발표하면서 확실한 기준을 마련한 결과다. 최근 다시 부각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가 섹터 전체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2019년 상ㆍ하반기 주도주 

임상 3상을 앞둔 기업들이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임상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갈 때 가치가 가장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내수시장은 성장성이 낮아서 수출 비중이 높은 바이오시밀러 업체나 보툴리눔톡신 업체, 임상 실적이 좋은 업체 위주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장이 정체됐던 디스플레이 섹터도 상반기를 주도할 업종으로 꼽혔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폴더블폰 출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ㆍ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2019년 초부터 폴더블폰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폴더블폰이 본격 양산되면 단가가 높은 플렉시블 OLED 패널 비중이 높아지고, 설비투자가 늘 공산이 크다.

둘째는 대형 OLED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OLED TV 판매량은 약 400만대로 예상된다. 올해 대비 33%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그동안 대형 OLED 개발에 회의적이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2019년부터 대형 OLED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호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개발에 나서면 LCD 중심의 TV 시장이 OLED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인터넷ㆍ게임 섹터는 올해 별다른 재미를 못 봤지만 2019년엔 기대할 만하다. 무엇보다 게임 섹터가 기지개를 켤 공산이 크다. 올해 게임 섹터의 주가가 좋지 않았던 건 넷마블ㆍ엔씨소프트 등 주요 업체들이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2019년엔 신작이 잇따라 출시될 계획이다. 

인터넷 섹터는 아직 리스크가 남아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플랫폼은 비용증가율이 얼마나 둔화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면서 “매출증가율이 비용증가율보다 높다면 이익이 개선될텐데, 그나마 긍정적인 건 카카오ㆍ네이버 등이 2019년엔 비용을 보수적으로 쓸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점”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는 서로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2019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된다는 점은 지주회사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시행되면 경영 개입보다는 주주환원 증대에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주회사가 보유한 핵심자산이 자회사들의 상장 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주회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거다. 지주회사들의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리스크 요인이었지만 기존 지주회사들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 우려가 해소됐다.

 

올해 잠잠했던 게임업체들이 2019년엔 신작게임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잠잠했던 게임업체들이 2019년엔 신작게임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하반기에 주목할 업종도 따로 꼽았다. 반도체와 엔터ㆍ레저, 유통(컨슈머), 조선ㆍ기계 등 4개 섹터다. 반도체는 확실히 올해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비수기에 들어갔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기대할 만한 건 클라우드 서비스용 수요가 연평균 55%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 5G 도입으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늘 거라는 점이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한풀 꺾였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이 돌아올 거란 긍정론도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됐을 때의 얘기란 점이다.

엔터ㆍ레저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섹터다. 이른바 BTS 효과다. 올해 엔터테인먼트 3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과 빅히트(BT S가 소속된 엔터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맞먹을 정도다. 2019년엔 BTS뿐만 아니라 블랙핑크ㆍ위너ㆍ트와이스 등도 글로벌 콘서트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870억원가량이었던 엔터 4사의 영업이익이 2019년엔 2600억여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바닥을 찍은 레저 섹터가 2019년 턴어라운드할 거라는 점도 반길만한 요인이다. 

고용 위축ㆍ투자감소ㆍ소비저하 등 불안한 대내 경제 상황은 유통업에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유통 섹터가 주도업종으로 꼽힌 건 그중에서도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곳이 있어서다. 바로 면세점이다. 전세기와 크루즈, 온라인 패키지 관광상품 판매가 허용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면세점 업체들은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데 반해 주가는 여전히 낮다. 역대 최저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투자포인트라는 얘기다.

 

화장품 업종도 분위기가 좋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국 화장품 업황은 역대 최고로 좋다”면서 “다만 소비가 H&B스토어ㆍ온라인 등으로 이동하면서 기존의 상장사들보다는 벤처기업들이 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섹터는 조선ㆍ기계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장기불황에 빠진 조선업이 2019년 말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거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LNG선의 발주 증가다. LNG선 용선료 상승으로 건조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주들의 LNG선 발주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 벤처, 온라인서 급성장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LNG선 발주만으로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목표량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LNG선 외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덩달아 침체했던 기계업은 2019년 하반기 되살아날 요인이 있다.

강준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절대 판매량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면서 “여기에 인도와 미국의 인프라 투자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기계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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