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까지 잡은 냉동식품 전성시대

맛없다던 평가를 받던 냉동식품이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냉동만두, 냉동피자, 냉동볶음밥, 냉동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유튜브 채널에 냉동피자와 프랜차이즈 피자를 시식ㆍ비교하는 동영상이 게재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냉동식품이 성장한 건 가성비와 1인가구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급속냉동 기술의 진화가 냉동식품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손맛까지 잡은 냉동식품을 취재했다. 

냉동만두가 주를 이루던 냉동식품 시장이 다양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냉동만두가 주를 이루던 냉동식품 시장이 다양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인가구 직장인 김승범(31)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1인용 냉동피자를 구입했다. ‘요즘 인기’라는 친구의 말에 별 기대 없이 집어 들었는데, 생각보다 간편하고 맛도 괜찮았다. 그는 “어릴 적 냉동피자를 먹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5000원 안팎의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혼자서 끼니 때우기에도 적당하겠다”고 말했다.

냉동피자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냉동피자가 처음 등장한 건 1990년대다. 1996년 CJ제일제당은 학생과 신세대를 겨냥한 냉동피자 ‘3시에 피자 2종’을, 1997년 해태제과는 ‘전자레인지 전용 오븐피자’를 출시했지만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최근까지 몇몇 수입제품이 주를 이루던 냉동피자 시장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오뚜기다.

오뚜기는 2016년 5월 ‘냉동피자 4종’을 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2015년만 해도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두자릿수(55억원)에 불과했다”면서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급증해 올해 3분기엔 누적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문을 연 냉동피자 시장에는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뛰어들었다. 2017년 4월 사조대림이 ‘수제그릴드 냉동피자 4종’을, 7월 CJ제일제당이 ‘고메 콤비네이션 피자’를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오산공장에 냉동피자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냉동피자를 키워야 할 아이템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가동을 시작해 유통망을 확대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냉동피자 시장은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2016년 114억원(이하 닐슨코리아)였던 시장 규모는 올해(9월 기준) 1010억원으로 785.9% 훌쩍 커졌다. 올해 1200억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냉동피자가 ‘제2의 냉동만두’로 자리 잡을 거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국내 냉동식품 시장은 냉동만두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현재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4434억원(2016년)으로 전체 냉동식품 시장의 5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입한 냉동제품도 냉동만두(30.1%ㆍ농림축산식품부 가공식품세분시장조사)였다.

냉동피자가 ‘제2의 냉동만두’로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냉동피자가 ‘제2의 냉동만두’로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냉동만두 시장도 개화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냉동만두 원조 격인 해태제과 고향만두는 1987년 출시됐지만, 시장이 고성장한 건 2010년 이후다. 일반 교자만두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 2014년 CJ제일제당이 프리미엄 만두(비비고)를 내놓으면서 700억원 안팎이던 냉동만두 시장이 3996억원(2014년)으로 커졌다. 냉동식품에도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시대가 된 셈이다.

실제로 냉동만두ㆍ냉동피자뿐만 아니라 냉동볶음밥ㆍ냉동덮밥ㆍ냉동면 등 냉동식품의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냉동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전체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피자는 끼니대용이나 안주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냉동만두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년 새 700% 성장한 이유

이렇게 냉동식품이 인기 제품으로 떠오른 이유는 ‘가성비’ 소비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냉동피자의 예를 들면, 오뚜기 페퍼로니피자ㆍCJ제일제당 고메디아볼라피자의 가격은 5980원(이마트 온라인몰 기준)이다. 20년 전 냉동피자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1997년 출시된 냉동피자(380~500g기준) 가격은 4900~5500원 선이었다. 여럿이 모여야 먹을 수 있던 메뉴인 피자를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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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HMR(Home Meal Replacementㆍ가정식대체식품)이 보편화했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냉동식품은 값싸고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하지만 HMR 제품이 일반화하면서, 냉동식품의 거부감도 사그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냉동밥ㆍ냉동볶음밥을 집에서 혼자 식사대용으로 먹는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8.2%에 달했다. 1인가구의 경우 ‘HMR 제품이 장바구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답변이 48.1%나 됐다.

급속냉동 기술 발전도 냉동식품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급속동결 기술의 발전으로 원재료의 맛과 식감을 살릴 수 있는 냉동피자 같은 냉동식품이 늘어났다”면서 “냉동식품이 고급화ㆍ다양화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냉동식품이 외식시장을 잠식하느냐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냉동피자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냉동피자 시장이 외식피자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피자 시장이 정체된 것과 달리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냉동피자와 달리 외식피자 시장은 수년째 2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냉동식품, 외식시장 장악할까

피자업계 빅3(피자헛ㆍ도미노피자ㆍ미스터피자)가 처한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피자헛의 경우 매장수가 2016년 338개에서 올해 316개로 감소했다. 미스터피자도 같은 기간 매장수가 392개에서 296개로 감소했다. 도미노피자는 319개에서 339개로 소폭 증가했다.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0년 이후 HMR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외식산업은 둔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피자뿐만 아니라 HMR이 외식을 대체하는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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