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했던 투자자 고요해졌다 … 비트코인을 믿겠소이까?
열광했던 투자자 고요해졌다 … 비트코인을 믿겠소이까?
  • 김다린 기자
  • 호수 315
  • 승인 2018.11.2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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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맞은 가상화폐

요동치는 시세, 거래소 해킹, 투자를 빙자한 사기, 규제 강화 …. 올 한해 비트코인을 둘러싼 숱한 악재들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700만원대를 유지하며 그럭저럭 버텼다. 그런데 11월 들어 순식간에 5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다시 악재를 극복하고 상승할 것”이라고 점치지만, 일부에선 고개를 갸웃한다. 비트코인의 중요 가치인 탈중앙화가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로에 선 가상화폐를 취재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11월 들어 급락하자 일부에선 지금지 저점이라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사진=뉴시스]
비트코인 시세가 11월 들어 급락하자 일부에선 지금지 저점이라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사진=뉴시스]

가상화폐의 간판 비트코인의 시세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9~10월만 해도 700만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비트코인은 11월 15일 700만원대가 무너졌고, 빠르게 붕괴했다. 3일 뒤 600만원선이 무너졌고 이틀 만인 21일엔 50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연초 달성한 최고점(약 2890만원)과 비교하면 5분의 1토막난 셈이다. 

비트코인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강도 높은 규제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 당국의 규제에 맞게 가상화폐 공개(ICO)를 진행하지 않은 업체 2곳에 과징금을 부과한 11월 16일 이후 시세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근거는 세가지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규제 이슈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첫째 근거다. 지난해 9월 중국이 ICO를 금지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했지만 금세 회복했다.

또 하나의 근거는 ‘빠져도 너무 많이 빠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 톰 리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이 심리적으로 중요한 6000달러 아래로 추락하면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과 채굴원가와의 상관관계를 근거로 연말까지 1만5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크게 낮아진 시세를 매수 타이밍으로 인식하란 얘기다.

마지막은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향후 시장 상황이 좋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분석 전문기관 마켓앤마켓이 예측한 블록체인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2018~2022년)은 79.6%에 달했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그랜드뷰리서치의 성장률 전망도 37.2%(2016~2024년)나 된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의 붕괴’를 과한 전망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자. “가상화폐 투자자를 크게 나누면 블록체인 신봉자와 투기꾼 두 부류다. 투기꾼들은 치솟은 비트코인이 생각만치 오르지 않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고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블록체인 신봉자들은 투기 이슈가 불었을 때도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의심하지 않았다. 블록체인 신봉자에게 비트코인의 탈脫중앙화 가치는 숭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그들 역시 의문을 던지고 있다.”

비트코인 신봉자들의 기대는 국가나 자본가의 탐욕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화폐가 정착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끈 것도 탈중앙화였다. 창립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거대 투자은행의 탐욕과 중앙은행의 무력함이 빚어낸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씨로 비트코인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최근 이 기대가 무참히 깨졌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때문이다. 15일 하드포크를 앞둔 비트코인캐시 개발자 진영은 둘로 나뉘어 충돌했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현하기 위한 새 기술 도입을 주장하는 비트코인ABC 진영과 특별한 변화 없이 블록 크기만 늘려 속도를 끌어올리자는 비트코인SV 진영 두쪽이었다. 각 진영의 대표주자인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와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 연구원은 서로 “우리가 더 강한 채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급기야 상대 진영의 가상화폐를 싼값에 대량으로 내다 팔면서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했다. 비트코인의 채굴력을 결정하는 게 고가의 컴퓨터 장비였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장 역시 자본력을 갖춘 중앙 기득권자가 쥐락펴락한 셈이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0.65%가 전체 채굴 비트코인의 87.39%를 차지하고 있는 독점 구조다(11월 22일 기준). 비트코인 비관론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트코인 탈중앙화 맞나 

박녹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급락 원인이 신규 코인 주도권을 둘러싼 업계 큰손들 간 갈등처럼 연출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많은 실망을 했을 것”이라면서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비트코인 가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판에도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많은 타인들을 유린하고 돈을 버는 세력이 등장했다”면서 “기존 금융시장과 다른 점을 어필하지 못하면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점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세가 급락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지금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을지 모른다. 다시 반등해 성과를 내더라도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건 심각한 변수다. 말 많고 탈 많은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불확실성이 비트코인을 휘감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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