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평가 받는 대한제국의 미술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1902년 추정,  비단에 채색과 금박,  227.7×714㎝  호놀룰루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1902년 추정, 비단에 채색과 금박, 227.7×714㎝ 호놀룰루미술관 소장

1897년(고종 34년) 시작된 대한제국은 일제강점기를 관통하여 1910년 짧은 시대를 마감한다. 그간 미술계에서는 대한제국 시기의 미술을 조선시대 미술 전통의 쇠퇴기로 인식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되는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전은 대한제국의 미술 역시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노력했으며, 외부 요소를 적극 받아들였던 역동적인 시대였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회화ㆍ사진ㆍ공예 200여점을 통해 대한제국 시기 미술이 어떻게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마련했는지를 소개한다. 특히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며 나타난 궁중회화의 표현방식 변화, 사진 장르의 등장, 시각문화의 변동, 산업공예ㆍ예술공예의 분화, 예술가적 화가의 대두 등은 이 시기가 20세기 미술의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활을 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제국의 미술’에서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며 발생한 미술의 변화를 조명한다. 황제가 된 고종의 지위에 맞춰 황색 용포와 의장물이 어진과 기록화에 등장한다. ‘곽분양행락도’는 전통적 화원 기법과 서양화법이 절충된 그림으로 궁중회화의 새로운 경향을 반영한 작품이다. 10년 만에 다시 소개되는 ‘해학반도도’ 등도 선보인다.

채용신, 십장생도十長生圖, 1920년대, 비단에 채색, 80×31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채용신, 십장생도十長生圖, 1920년대, 비단에 채색, 80×31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2부 ‘기록과 재현의 새로운 방법, 사진’은 고종을 비롯한 황실 인물들과 관련된 사진들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육군 대장복 차림의 ‘순종황제’와 김규진의 첫 고종 사진 ‘대한황제 초상사진’ 등이 있다. 3부 ‘공예, 산업과 예술의 길로’는 대한제국 시대 각종 공예품의 변화를 살핀다. 당시 공예는 미술공예와 산업공예로 나뉘며 서구와 일본의 공예개념ㆍ제작기법ㆍ표현방식 등을 수용해 전개됐다. 조선 후기 백자의 전통 문양을 따르면서 기법은 근대기의 스텐실을 사용한 ‘백자운룡문호’와 ‘백자꽃무늬병’ 등이 있다.

4부 ‘예술로서의 회화, 예술가로서의 화가’에서는 화원 화가들의 변모를 조명한다. 도화서의 해체와 함께 궁중회화 제작에 참여하게 된 외부 화가들이 외주外注 화가로서 예술가적 대우를 받는 상황을 맞이한다. 근대 풍속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채용신의 ‘십장생도’와 ‘사군자화’의 대표작가 김규진의 ‘묵죽도’ 등이 있다. 내년 2월 6일까지 개최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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