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함영주 은행장의 고민

올 연말이나 내년초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들이 숱하다. 그중에서도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는 함영주(63) KEB하나은행장과 위성호(61) 신한은행장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이 확실하다는 평가이지만 재판과 검찰 수사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행장은 송사訟事의 파고를 넘길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가능성을 취재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은행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은행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국내 주요 시중은행 중 3곳의 은행장 임기가 연말연초에 끝난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12월 말,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내년 2월,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내년 3월까지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곳은 신한은행장과 KEB하나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이라는 변수가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함영주 행장에게 이번 연임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연임에 성공하면 하나·외환 통합 1~3대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때문이다. 실적만 보면 연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함 행장이 이끈 KEB하나은행은 올 3분기 당기순이익 5655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은 1조7576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1%(2444
억원) 늘어난 수치로, 2015년 은행 통합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룹 내 입지도 탄탄하다. 김승유 전 하나지주 회장의 색깔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전폭적인 믿음을 보낸 인물 중 한명이 함 은행장이다. 초대 하나·외환 통합은행장에 오를 때에도 김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모르는 이가 드물다.

위성호 행장도 견조한 실적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6647억원을 달성했다. 전분기 대비 4.0%(266억원)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5916억원) 대비 12.4%(531억원)나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1조916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959억원) 대비 13.0% 늘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KB국민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실적 증가세만 보면 연임에는 무리가 없다. 성과도 출중하다.

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으로 부임한 2013년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었다. 고객카드 사용내역 등을 활용한 빅데이터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빅데이터 전략은 적중했고 신한카드는 이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 행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통합 모바일 앱 ‘쏠’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월 출시한 쏠은 가입자가 770만명에 달한다. 위 행장 역시 그룹 내 입지가 괜찮다. 신한금융그룹 내 대표적인 라응찬 전 회장의 라인으로 꼽힐 정도다.

2010년 9월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성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진 ‘신한사태’의 핵심인물로 위 행장이 거론되는 이유다. 당시 위 행장은 홍보임원을 맡아 라응찬 전 회장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재판·수사 결과에 연임 달려


두 은행장 모두 실적과 그룹 내 입지로는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변수는 재판 결과와 검찰 수사다. 두 은행장 모두 송사에 걸려 있다. 우선 함 행장은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6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사외이사와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사장과 관련이 있는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명문대 출신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상향 조정하거나 중위권 이하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낮췄다는 것이다.

2013년 하반기 신입채용에서는 남녀 서류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정해 점수가 낮은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는 ‘성차별 채용 비리’ 혐의도 받고 있다. 함 은행장은 8월 22일과 10월 17일 열린 1~2차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인사 명단을 전달한 것 맞지만 합격 결정에 영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실적이 좋았던 만큼 연임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밝혔다.

위 행장도 상황이 다급하긴 마찬가지다. 2008년 발생한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신한금융 임직원의 위증 혐의 사건을 함께 수사할 예정이라는 게 우려를 키우고 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전인 2008년 2월 라응찬 전 회장이 이순백 전 은행장을 시켜 현금 3억원을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위성호 행장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주요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과거사 위원회는 남산 3억원 사건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2010년 수사 당시 위성호 은행장(당시 신한지주 부사장)이 진술자를 대상으로 진술 번복을 회유한 사실이 있다”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10년 전 사건이 위성호 은행장의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성호 은행장의 연임에 검찰의 재수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고 사건의 정점에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연루돼 있어 위성호 은행장의 연임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전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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