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방이 뇌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방이 뇌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며, 지난 것은 그리워진다.” 시인 푸시킨은 이렇게 읊었지만 지난 여름 폭염을 그리워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더위가 사라지고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다가왔다. 필자가 앞마당에서 키우는 수놈 똥개 먹구(2살)는 여름 내내 털을 벗어댔고, 그 덕분인지 날렵한 몸매가 됐다.

하지만 늦가을에 접어들자 먹구의 빠진 털이 금세 돋아날지 걱정이다. 이때 개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먹구를 다소 걸게 먹여 피하 지방층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지방은 단열을 통한 체온 보존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피하, 이를테면 진피와 근막 사이에 10㎝ 이상의 지방층을 비축해 막강 추위를 극복한다.

필자가 유기체 생물의 생존 지침을 염두에 두고 개를 돌보듯 인간 역시 철저히 생존 전략에 따라 식이 및 운동 등 관리를 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지 않다. 사고와 관점이 다르고 개성이 제각각이어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비만한 동물은 오로지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뿐이라는 말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셈이다. 원시로 돌아가 인간이 들이나 동굴에서 혈거 생활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급감하는 기온에 대비하는 강력한 전략은 천연 패딩인 ‘체지방’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은 그 역할 외엔 우리에게 방해물이고 골칫거리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다. 신진대사의 관점에서 지방은 때에 따라 고도로 활동적인 조직이다. 필수 영양소인 지방은 에너지의 저장 및 공급처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주로 포도당의 힘으로 돌아가지만, 지방 또한 뇌의 또 다른 에너지 공급원으로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쉽게 말해 뇌세포는 포도당이 몇분만 공급되지 않아도 사멸하는데, 이럴 때 인체는 단백질이나 지방을 포도당신합성(glycogenesis)이라는 기작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지방은 보온, 충격 완화, 에너지 저장 및 공급 등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므로 우리 몸은 충분한 지방을 저장하는 것이 과제였다. 유구한 세월을 숙명처럼 굶주리던 시절에 그랬단 얘기다.

지금은 어떤가. 영양은 형편없고 열량만 폭포처럼 넘치는 음식을 탐닉하듯 좇는다. 이성이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채, 기름과 설탕에 소금, 조미료가 뒤범벅이 된 통속에 빠져 다이어트라는 썩은 동아줄을 잡고 허우적거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생리적 필요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것과 달리 사람이 자신의 몸에 저장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방의 한계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유사시 뇌에 포도당을 공급하거나 겨울 추위를 막아 줄 최소한의 지방량 정도만 유지하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 필요성에 비해 현재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