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화장품 편집숍 시장

화장품 유통시장이 편집숍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고 선택하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시장을 선도하는 건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다. 시코르의 성장은 샤넬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방침까지 흔들고 있다. 하지만 시코르의 성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편집숍의 원조격인 ‘세포라’가 내년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신세계백화점이 2016년 론칭한 ‘시코르’는 내년 4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세계백화점이 2016년 론칭한 ‘시코르’는 내년 4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덕(코스메틱+덕후ㆍ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CHICOR)가 론칭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시코르는 2016년 12월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12월엔 첫 로드숍 형태의 매장인 강남점을 연 데 이어 현재 대도시를 중심으로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코르는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 등 H&B(Health&Beauty) 스토어와는 다른 색깔로 무장했다. H&B스토어가 뷰티용품과 헬스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반면, 시코르는 뷰티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랑콤ㆍ바비브라운ㆍ나스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부터 중소 K-뷰티 브랜드까지 국내외 150여개 브랜드를 아우른다. 제품을 직접 발라볼 수 있는 ‘테스트존’과 메이크업ㆍ헤어손질을 할 수 있는 ‘셀프존’ 등을 갖췄다.

시코르 강남점에 종종 방문한다는 대학생 최정연(25)씨는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할 수 있어서 편하다”면서 “자유롭게 테스트 해보고 내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랜드 로열티에 민감하던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최근 변화하고 있다. 브랜드보다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기능성을 따지는 소비자가 부쩍 늘어났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만 보고 화장품을 고르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직접 발라 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시코르와 같은 편집숍의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코르가 매장을 확대하면서, 화장품 유통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이른바 ‘시코르 효과’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가 이례적으로 지하에 매장을 낸 건 단적인 예다. 지난해 5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파미에스트리트에 시코르가 둥지를 틀자 12월엔 샤넬이, 올해 6월엔 아르마니가 국내 최초로 지하에 매장을 오픈했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는 백화점 1층에 위치한다는 불문율이 깨진 셈이다.

시코르를 통해 ‘집객효과’를 노리는 유통업체들도 증가했다. 지난 6월 용산 아이파크몰 3층에 시코르가 들어섰는데,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적 입점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용산역과 연결되는 3층을 활성화하기 위해 매장을 리뉴얼했다”면서 “3층 입구 전면에 시코르가 입점해 집객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시장 큰손과 한판승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4층에도 시코르가 문을 열었다. 영캐주얼 브랜드들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시코르 입점 후 20~30대 젊은층 고객 유입이 증가하고, 집객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코르를 중심으로 뷰티ㆍ패션 브랜드 매장이 클러스터처럼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가 내년 3분기 한국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Sephora)’가 내년 3분기 한국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시코르는 여세를 몰아 내년에도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올해 20호점, 내년 40호점 오픈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시코르의 고속성장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강력한 경쟁자인 세포라(Sephora)가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LinkdeIn)에 한국지사 인력 채용 공고가 게재되면서, 내년 3분기 한국 시장 진출이 유력시되고 있다.

프랑스 루이비통그룹(LVMH)의 자회사인 세포라는 화장품 편집숍의 원조 격이다. 1969년 이후 유럽ㆍ미주ㆍ아시아 등 33개국 2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콘셉트나 제품 구성은 같은 화장품 편집숍인 시코르와 유사하다. 체험형 콘셉트 매장을 지향하면서 중저가 자체 PB(Private Brand) 상품부터 샤넬ㆍ디오르ㆍ라메르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취급한다. 시코르가 ‘한국판 세포라’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세포라 진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국내 트렌드나 유통 노하우면에서 시코르가 앞서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K-뷰티 제품이 전체의 40%가량으로 제품 구성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세포라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는 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라면서 “시코르로선 세포라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 주요 거점을 선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콧대 높은 샤넬을 흔든 시코르는 편집숍의 원조마저 꺾을 수 있을까. 결과를 점치기 힘든 화장품 편집숍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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