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거듭난 정치적 저항

연극 록앤롤의 장면들.[사진=국립극단 제공]
연극 록앤롤의 장면들.[사진=국립극단 제공]

모든 것이 금지된 1960년대 체코슬로바키아. 영국 유학 중 록 음악에 빠진 청년 얀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프라하의 봄을 위해 존경하는 스승과 공부를 뒤로한 채다. 하지만 공산당 독재체제가 계속되던 고향은 여전히 한겨울처럼 춥기만 하다. 국립극단이 올해 마지막 공연으로 ‘록앤롤 (ROCK ‘N’ ROLL)’을 선보인다. 프라하의 봄과 소련의 개입, 벨벳혁명 등 파란의 역사 속에서 지식인의 갈등, 이데올로기로 인한 억압 등을 록 음악과 함께 그려낸다. 민주화ㆍ자유화 바람이 불던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를 배경으로 록 음악을 사랑하게 된 체코 출신의 케임브리지 유학생 ‘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록앤롤은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으로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톰 스토파드의 작품이다. 그는4번의 토니어워즈를 수상한 현대 연극의 거장 이기도 하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톰 스토파드는 유럽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작품 속에 그려왔다. 요동치던 역사의 전환기를 록 음악으로 표현한 록앤롤은 망명자로서의 톰 스토파드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실제로 나치 점령을 피해 영국에서 이방인으로 생활하던 자신의 모습을 극 중 유학생 얀으로 바꿔 등장시킨 건 단적인 예다.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창립 멤버 시드 배럿(Syd Barrett)도 이번 작품을 쓰는 동기가 됐다. 작가는 한때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펼친 아티스트였지만 평범한 중년이 된 시드 배럿의 모습을 보면서 록 음악이 예술성을 넘어 사회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을 희곡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극작가이자 체코의 초대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을 본뜬 캐릭터는 우리에게 ‘예술이야말로 정치적 저항의 가장 뛰어난 형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록앤롤은 공산 독재체제에 끊임없이 저항하던 체코슬로바키아의 시민혁명을 160분의 러닝타임 안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연출은 ‘알리바이 연대기’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등 시의성 있는 작품을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 온 김재엽이 맡았다. 공산주의를 이상향으로 믿는 영국 교수 막스 역에는 연기파 배우 강신일이, 록 음악에 심취한 유학생 얀 역에는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 실력을 보인 이종무가 캐스팅됐다. 29일부터 12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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