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의 의미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수행의 원동력이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지지율 50% 붕괴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수행의 원동력이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지지율 50% 붕괴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여간해서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10월말께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에게 보고를 받을 때 “지난해와 뭐가 달라졌느냐”며 성과를 묻기 시작했다. 11월 들어선 더 꼬치꼬치 따져 묻고, 표현도 질책에 가까워졌다. “현장의 목소리는 들어봤느냐” “그렇게 설명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적용하려는 법령이 그게 맞느냐” 등.

매주 월요일 청와대 참모들과 국정 현안을 논의해온 수석ㆍ보좌관 회의는 3주 연속 열지 않았다. 주변에선 이를 긴장을 불어넣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해석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시작 3시간 전에 내각의 준비 미흡을 이유로 전격 취소한 적이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 문 대통령이 귀국해 10일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열면 5주 만이다.

‘스마일 문(Smile Moonㆍ특유의 미소를 짓는 문 대통령)’이 ‘앵그리 문(Angry Mo onㆍ화난 문 대통령)으로 변한 시기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시점과 오버랩된다. 10월 첫 주부터 꺾인 대통령 지지율은 10월 마지막 주 50%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했다(리얼미터 조사 기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경제상황 악화와 민생의 어려움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고용 상황은 외환위기 이래 최악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 성장을 부르짖으며 최저임금을 큰폭으로 올렸지만, 저소득 취약계층 일자리가 감소하며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10월말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양쪽에서 위기 경고음이 울려댔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했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며 코스피지수가 2000 아래로 하락했다.

지지율은 11월 들어서도 계속 미끄럼을 탔다. 급기야 마지막 주 50% 아래로 내려갔다. 9주 연속 하락이자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긍정 평가(48.8%)와 부정 평가(45.8%)의 차이가 3%포인트로 오차범위에 근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30%대로 동반 급락했다. 

경제난이 풀리기는커녕 가중되는데다 경제외적 요인까지 가세한 결과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게다가 술집 민간인 폭행과 음주운전, 특별감찰반의 비위와 근무시간 골프 의혹 등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이영자(20대ㆍ영남ㆍ자영업자)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념적 중도층에서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우호적 태도를 보인 50대 장년층도 부정 평가가 우세로 돌아섰다. 부정 평가가 거의 전 세대, 전 지역, 전 계층으로 확산하며 구조화되는 조짐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수행의 원동력이다. 지지율이 50% 아래로 내려가 부정 평가가 더 많아지면 정부 정책의 추진력이 약해져 정책 집행이나 개혁 수행이 어려워진다.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지지율 50% 붕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민심 이반은 고용참사와 서울 집값 폭등으로 점화됐다.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꼽힌다. 따라서 향후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경제 회생과 민생 안정에 두고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왜 주류 경제학계의 비판을 받는지, 최저임금 인상ㆍ근로시간 단축ㆍ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련의 노동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보완책 마련과 정책 방향 수정을 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내치와 외치의 균형이 요구된다. 민주노총이나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 지지세력에 끌려가지 않고 이끌고 가야 한다. 경제ㆍ민생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작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청와대의 인적 쇄신도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에서도 지지율이 속락한 이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고, 야당과의 대화를 통한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의 기능 회복에 나서야 마땅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지만,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아직 높다. 그만큼 기회가 남아 있음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2년 전 한겨울을 밝힌 광장의 촛불이 진정 무엇을 원했는지부터 성찰하라.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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