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
경기상황과 엇박자 낸 통화정책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포인트(상단기준)에서 0.5%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에서 기인하는 후유증을 견딜 수 있느냐다. 특히 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우려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리인상 그 후後를 취재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

1.5%→1.75%. 한국은행이 꼭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끌어올렸다. 11월 3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7명 중 5명이 인상에 찬성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상단기준으로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는 한미 금리차가 한은을 압박한 결과로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는 연 2.00~2.25%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는 0.75%포인트(상단기준)에서 0.5%포인트로 좁혀졌다. [※ 참고: 물론 금리차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당장 12월 미 연장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금리를 인상하긴 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은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줘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바람대로 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통계청이 기준금리가 인상된 날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은 최악을 기록했던 9월보다 회복세를 보였다. 전산업생산, 소매판매(소비), 설비투자는 각각 전월 대비 0.4%, 0.2%, 1.9%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 98.6에서 10월 98.4로 0.2포인트 낮아지며 7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8.8로 전월(99.2) 대비 0.4포인트 하락하며 5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한국경제가 금리인상 효과를 감내할 만한 상태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금리차는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10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4조9120억원을 팔아치웠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이런 맥락에서 12월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이 조건부 휴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인상하려던(10%→25%) 계획을 보류했다. 미중 양국은 90일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부과 공방을 멈춘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양국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쉽지 않아 보여서다.

금리인상에서 기인하는 리스크는 또 있다. 올 3분기 기준 1514조4000억을 기록한 가계부채다. 금리인상이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면 부채가구의 원리금도 뛰어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시중금리는 벌써 들썩이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 금리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1년 만에 금리 인상한 한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1.93%로 2015년 2월(2.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 금리도 1.93%로 2015년 10월(1.9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코픽스 금리가 매월 변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월엔 더 큰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금리도 5% 가까이 치솟았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45%였던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올 11월 3.99%로 0.54%포인트 올랐다. 이밖에도 신한은행은 0.09%포인트(3.99%→ 4.08%), KEB하나은행은 0.35%포인트(4.67% → 5.02%)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가계의 부채상환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위험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1.1%에 이른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높다는 건 소득보다 부채가 더 많아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잔액기준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도 70%(10월 기준)를 넘어섰다. 기준금리가 인상으로 감당해야 할 부채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리인상으로 위험가구는 더 부실해질 게 분명하다.[※ 참고 : 위험가구는 부채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가구다. 고위험가구는 연소득의 4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금융·실물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가구를 의미한다.]


한은이 9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부채 위험가구는 127만1000가구에 달했다. 전체 부채 가구의 11.6%를 차지하는 규모다. 고위험가구는 같은 기간 31만2000가구에서 34만6000가구(부채가구 3.1%)로 3만4000가구나 증가했다.

들썩이기 시작한 시장금리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대출금리가 1% 또는 2%로 상승할 경우 고위험가구가 현재 3.1%(34만6000가구)에서 각각 3.5%(38만8000가구), 4.2%(46만8000가구)로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위험가구의 부실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도처에 위험이 깔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빚내 생활하던 사람들에게 힘겨운 시절이 왔다. 우리나라의 부채가구는 63.2%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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