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빅2 해외 진출 성적표

한집 건너 한집이 편의점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올해 4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편의점 업계 빅2(GS25ㆍCU)가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업체는 지난해 나란히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전략은 달랐다. GS25는 뜨거운 시장, CU는 미지의 땅을 향해 ‘진군 나팔’을 불었다. 이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편의점 빅2의 해외시장 성적표를 취재했다. 

GS리테일은 현재 베트남 호찌민 내 22개 GS25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은 현재 베트남 호찌민 내 22개 GS25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제공]

국내 편의점 업계 빅2(GS25ㆍCU)가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지난 1월 베트남에 1호점을 열었고,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해 11월 이란에 이어 올해 8월 몽골에 깃발을 꽂았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편의점 시장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은 셈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던 국내 편의점 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3조원(이하 한국편의점산업협회)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고, 매장수는 같은 기간 20.6% 늘어난 3만9300여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한자릿수 성장률에 그칠 전망이다.

‘한집 건너 한집이 편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쟁이 과열되면서 출점 속도가 주춤해진 결과다. 한국의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1318명(2017년 기준)으로, 편의점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2304명), 대만(2211명)보다 많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편의점 5개사(GS25ㆍCU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ㆍ미니스톱)의 폐점 점포 수는 1042개로 전년 동기 대비 50.0% 증가했고, 출점 수는 2674개로 전년 동기 대비 24.0% 감소했다. 편의점 빅2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GS25와 CU는 모두 마스터프랜차이즈(상표권ㆍ상품 소싱ㆍ편의점 경영 노하우 등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것) 방식을 택했다. 직접투자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둘의 행선지는 달랐다. GS25는 편의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베트남을 선택했다. 20~30대 인구가 많은 베트남의 편의점 시장은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GS25가 첫번째 해외진출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다.  CU는 편의점이라는 업태가 생소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이란ㆍ몽골에 깃발을 꽂았다.

그렇다면 두 편의점의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해 7월 베트남 손킴그룹과 지분율 30대70의 합작법인을 설립한 GS25는 지난 1월 호찌민시에 1~4호점을 오픈했다. 현재(11월 기준) 호찌민 일대에 22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GS25는 오피스ㆍ호텔ㆍ레지던스 등 구매력이 있는 상권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호찌민 외곽지역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2000개 점포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한류열풍에 이어 박항서 감독의 인기까지 베트남 내의 한국 선호도가 높다”면서 “젊은층이 K-푸드에 관심이 많아 한식 위주 PB(Private Brand)상품인 유어스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은 GS25에 부담 요인이다. 이미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어서다. 2005년 싱가포르 숍앤고(Shop&go)가 베트남에 최초로 진출한 이후 미국의 서클K(Circle-K), 일본의 훼미리마트ㆍ미니스톱ㆍ세븐일레븐, 태국의 TCC 등이 줄줄이 둥지를 틀었다. 로컬브랜드인 빈마트ㆍ박화싼ㆍ싸자푸드 등도 경쟁군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연구소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외식문화가 발달한 데다,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현지인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편의점 유통모델을 수출했다.[사진=BGF리테일 제공]
BGF리테일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편의점 유통모델을 수출했다.[사진=BGF리테일 제공]

GS25가 해외시장에서 상큼하게 출발한 반면 불모지를 택했던 CU는 다소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CU의 운영사 BGF리테일은 지난해 7월 이란 엔텍합투자그룹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11월 이란 테헤란에 1호점을 열었다.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하고 자체 브랜드 CU를 론칭한 지 5년 만의 성과이자, 국내 편의점 업계의 첫 해외 진출이었다. BGF리테일은 이란시장에 안착한 후 해외 신흥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CU, 이란서 쓴맛

하지만 1년여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재개되면서 엔텍합그룹의 자금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은 지난 3분기 엔텍합으로부터 지불받지 못한 가맹비 등 38억원을 손실 처리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이란 내 9개 매장도 모두 철수했다. BGF리테일은 이란에 이어 지난 4월 몽골 센트럴익스프레스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8월에 1~6호점을 동시 오픈했다. 현재 몽골 내 매장 10개를 운영하고 있다.

몽골 역시 편의점 업태가 생소한 국가다. BGF리테일과 손잡은 센트럴익스프레스가 2015년 몽골에 처음 편의점을 선보였고, 미국 업체 서클-K가 올해 3월 진출했다. 35세 미만의 인구가 전체의 65%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몽골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점친 것으로 풀이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란 사업을 철수하게 됐지만 올해 진출한 몽골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해외시장에 진출한 GS25와 CU. 모험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한계에 부딪힌 편의점 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면서 “편의점 업태에서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시장이 얼만큼 고성장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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