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은 기회일까

폴더블폰은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폴더블폰 출시에 힘을 쏟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에는 턱밑까지 쫓아온 후순위 업체들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 수 있다. 문제는 폴더블폰의 전망이 생각만큼 밝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폴더블폰의 가능성을 분석해봤다. 
 

폴더블폰은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하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폴더블폰은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하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활짝 열어젖힌 지 11년여. 혁신의 대명사였던 스마트폰이 주는 감흥은 예전만 못하다. 증강현실(AR), 안면인식 등 신기술은 십분 활용하지 못했고, 바(bar) 형태는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일부에선 새 스마트폰 모델이 출시될수록 크기만 커진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줄곧 하락세를 그리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건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다. 시장의 이목을 잡아끌 만한 혁신적인 요소가 부재한 탓이다.

이런 분위기는 2018년의 마지막 해가 저물기까지 두달여를 남기고 조금 달라졌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게임체인저로 거론됐던 ‘폴더블(접을 수 있는ㆍfoldable)폰’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11월 7일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폴더블폰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폴더블폰은 말 그대로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차세대 OLED 기술인 플렉시블 OLED가 폴더블폰의 핵심이다. 폴더블폰의 가장 큰 기대요인은 무엇보다 폼팩터(form factorㆍ컴퓨터 케이스 따위의 하드웨어 크기ㆍ구성ㆍ물리적 배열을 이르는 말)의 변화다. 스마트폰의 형태가 바뀌는 건 11년여 만에 처음이다.

 

중요한 건 모양의 변화만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역할을 동시에 해낸다.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다.[※참고 :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폰의 경우 접었을 때 크기가 4.6인치(약 11.7㎝)로 기존의 스마트폰과 비슷하고, 폈을 때는 태블릿PC(갤럭시탭S4 10.5인치)보다 다소 작은 7.3인치(약 18.5㎝)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폴더블폰의 장점이다. 가령, 한쪽 화면을 통해선 인터넷이나 게임을 하고, 다른 한쪽 화면으로는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들은 전에 없던 혁신이다. 그만큼 시장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폴더블폰의 시장성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폴더블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한계점이 숱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크게 두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두껍고, 무겁다.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로욜의 ‘플렉시파이(12월 출시예정)’는 접었을 때 두께가 15.2㎜다. 바 형태의 스마트폰 두께가 7~8㎜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배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두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더블폰 특성상 기존 스마트폰보다 두꺼울 공산이 크다. 


활용도 높일 소프트웨어도 중요

무게도 마찬가지다. 플렉시파이의 무게는 320g. 삼성전자 갤럭시S9(163g), 애플 아이폰XS(177g) 등보다 2배 가까이 무겁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도 200g은 족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갈수록 얇고 가벼워지는 게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적 흐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폴더블폰의 태생적 한계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중국업체 로욜에 뺏겼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중국업체 로욜에 뺏겼다.[사진=연합뉴스]

폴더블폰의 폼팩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시장 안팎에선 화면이 커지는 것 이상의 경험을 주지 못하면 단순히 스마트폰 두대를 이어붙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폴더블폰의 활용을 최적화하기 위한 폴더블폰 전용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장점을 부각시켜줄 앱이 없으면 사용자 경험과 활용도가 떨어진다”면서 “로욜의 경우 일반적인 스마트폰 UI를 사용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하드웨어만큼 UI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내구성이 취약하다는 점도 리스크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은 수명이 짧다. 폴더블폰의 내구성을 측정할 때 몇번이나 접었다 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일반적으로 정상을 가늠하는 기준은 20만번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다소 애매하다. 한사람이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빈도수는 평균 150회다. 1년이면 약 5만5000회, 20만 회면 3.6년이다. 베이스트리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평균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2.6년. 갈수록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6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마지막 걸림돌은 가격이다. 폴더블폰엔 새로운 혁신기술이 다수 탑재되는 만큼 단가가 비싸다. 가령, 로욜 플렉시파이의 출시 가격은 1290~1864달러(약 144만~209만원)다. 아이폰XS의 가격 999~1349달러를 한참 웃돌고, 갤럭시S9(720~840달러)보다는 두배 이상 비싸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가격은 로욜보다도 비쌀 가능성이 높은데, 업계에선 2000달러에서 최대 25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애플이 아이폰X를 1149달러로 출시하며 초고가 전략을 냈을 때도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그보다 1000달러 가까이 비싸게 출시되는 폴더블폰에 얼마나 많은 수요가 몰릴지는 미지수다. 
 

아직 한계가 많은 탓일까. 시장조사기관들도 2022년께에야 폴더블폰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2019년 100만~300만대에서 2022년 50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인 15억대의 3.3% 수준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폴더블폰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화웨이ㆍLG전자 등은 2019년 초 폴더블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해온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을 향한 관심은 각별하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ㆍ모바일)부문 사장이 지난 8월 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만은 뺏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건 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은 중국업체 로욜에 넘어갔고, 폴더블폰도 기대했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폰 시장도, 삼성전자의 앞날도 아직 불투명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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