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청담’ 개관전

❶ 옛날 옛적에 인어의 노래를 듣다, 2018, Oil on canvas, 129.5×183㎝, ⓒFiona Rae ❷ 인어의 목소리를 듣다, 2018, Oil on canvas, 61×49.5㎝, ⓒFiona Rae
❶ 옛날 옛적에 인어의 노래를 듣다, 2018, Oil on canvas, 129.5×183㎝, ⓒFiona Rae ❷ 인어의 목소리를 듣다, 2018, Oil on canvas, 61×49.5㎝, ⓒFiona Rae

파스텔톤 작품들이 마치 컴퓨터 스크린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듯 시선을 붙잡는다. 유려한 붓질로 뛰어난 색채감을 보여주는 작가 피오나 래(Fiona Rae)의 작품들이다. 개관 30주년을 맞은 학고재가 국내외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 ‘학고재청담’을 마련해 개관전으로 ‘피오나 래’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30여년간 회화 작업을 해온 피오나 래의 작품들이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자리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최근작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엄선했다.
 
피오나 래는 영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전시 ‘프리즈(Freeze)’전을 통해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oung British Artist)’ 중 한 사람으로 데뷔했다. 이후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을 거듭하며 독자적인 표현 방식을 연구해왔다. 과거의 그는 꽃이나 별 문양, 스텐실, 스프레이 페인트 등 회화 작품으로서는 다소 의외적인 요소들을 캔버스로 옮겨와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4년 이후에는 자신의 특기인 채색을 배제하고 붓 터치와 형상을 스스로 지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❸ 인물 1h, 2014, Oil and acrylic on canvas, 183×129.5㎝ ⓒFiona Rae ❹ 상상 1c, 2015, Oil and acrylic on canvas, 61×49.5㎝ ⓒFiona Rae
❸ 인물 1h, 2014, Oil and acrylic on canvas, 183×129.5㎝ ⓒFiona Rae ❹ 상상 1c, 2015, Oil and acrylic on canvas, 61×49.5㎝ ⓒFiona Rae

전시는 피오나 래의 가장 최근작인 ‘옛날 옛적에 인어의 노래를 듣다(2018)’를 시작으로, 2014년 회색조의 작품부터 차례로 전시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흔적을 지우는 붓질’과 ‘ 비형상과 형상 사이에 걸친 형식’이다. 2014~2015년의 작품은 흑백의 기운에 생동한 붓질이 마치 화조도花鳥圖나 사군자화四君子畵 같기도 하고, 검은 배경색 위의 회색 선이 엑스레이 필름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작품에서는 검은색이 사라지고 이전의 자신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에는 검은색과 회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파스텔톤의 형상이 뚜렷하지 않은 추상 회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피오나 래는 스스로의 작업 방식을 규제했다가 깨뜨리며 발전을 꾀했다. 피오나 래의 채색은 유화 특유의 불투명하고 탁한 느낌이 없다. 특히 최근작에서 보이는 수채화에 가까운 채색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매체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스크린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빛을 뿜어내는 채색법을 고민하는 작가의 뛰어난 색채감과 원숙한 붓터치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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