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늦깎이 부부 재무설계 下

현대 사회에서 자녀 계획은 단순히 “몇 명을 낳을까”에 그치지 않는다. 임신·출산에 따르는 비용은 물론, 출산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도 생각해 봐야 한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하는 경우가 그렇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황씨 부부의 자녀 계획을 도왔다. ‘실전재테크 Lab’ 19편 마지막 이야기다.

자녀 계획을 세울 때는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 계획을 세울 때는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인 황진우(37·가명)씨와 김보라(38·가명)씨. 부부는 올해 5월에 백년가약을 맺은 늦깎이 부부다. 그 때문인지 자녀 양육비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척 강했다. 재무상담으로 파악한 부부의 총 소득은 640만원이다. 남편 황씨가 300만원, 아내 김씨가 340만원을 번다.

부부는 소비성 지출 423만원, 비정기 지출 104만원, 금융성 상품 112만원 등 총 639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예금·연금 등의 금융성 상품을 제외하면 한달에 527만원을 생활비로 쓰는 셈이다. 부부가 아직 신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비 규모가 꽤 컸다.


더구나 곧 40대가 되는 부부가 준비해야할 건 자녀 양육비뿐만이 아니다. 노후도 대비해야 한다. 두 재무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면 부부의 지출을 크게 줄일 필요가 있다. 지난 2차 상담에서 필자가 황씨 부부의 지출구조를 크게 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부는 은행 예금을 활용해 카드대금(월 111만원·총 290만원)을 전액 상환했다. 여행 횟수를 줄여 식비와 여행비도 아끼기로 했다. 그 결과, 부부는 총 187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 계획을 세우면서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아내의 임신·출산으로 수입이 줄어들 때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둬 소득이 반토막이 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부부는 저축 규모를 지금보다 크게 늘려 소득이 줄어들 때를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 부부는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하더라도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해졌다. 지출 줄이기로 확보한 자금(187만원)에 일반예금(100만원)을 합해 월 287만원의 여윳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출산 직전까지 돈을 꾸준히 모은다면 어림잡아 10개월에서 1년까지는 아내의 수입이 없더라도 지금의 지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여유자금을 하나하나 분배해 보자. 필자는 아내 김씨의 임신·출산 이후를 대비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우대금리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잉여자금 187만원 중 100만원과 일반예금에 입금하던 100만원을 합해 매월 200만원씩 넣기로 결정했다. 준비기간이 짧으므로 납입 규모를 크게 잡았다.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3개월까지는 급여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상한액 월 150만원). 이후 4개월부터 육아휴직 종료일까지는 급여의 40%만 받는다(상한액 월 100만원). 적금 규모를 200만원으로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김씨 급여(340만원)의 58.8%에 달하는데. 이 정도 규모면 육아휴직으로 인한 급여의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

다음은 노후연금이다. 출산·양육·교육자금 등 양육비도 마련해야 하는 황씨 부부는 노후 준비에 힘을 쏟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다른 재무 이벤트를 준비하고 남은 돈 안에서 금액을 산정해 노후연금을 준비해야 한다.


개인연금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연말정산 때마다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대신 연금을 수령할 때 과세가 된다. 다른 하나는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연금수령 시 이자소득에 비과세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카드결제 외에 소득공제 수단이 없는 부부는 전자를 선택하고, 월 50만원을 붓기로 결정했다. 납입 규모는 추후 지출을 고려해 조정하기로 했다.

남은 37만원 중 20만원은 적립식 펀드에 투자했다. 태어날 자녀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다. 적립식 펀드는 긴 안목을 갖고 꾸준하게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장기 투자를 해야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적립식 펀드로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갓 태어난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진 약 20년이 걸리므로, 장기 투자가 핵심인 적립식 펀드를 잘 활용하면 일반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손해를 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주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다. 이럴 땐 불입을 일시 중단하거나 비슷한 성격의 키즈변액적립상품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필자는 부부에게 일단 적립식 펀드로 준비하다가 국내 증시 흐름에 맞춰 투자 방식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마지막 17만원은 환매조건부채권(RP)상품에 투자했다. 이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투자자에게 팔았던 채권을 다시 사는 방식이다. RP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매입할 당시에 금리를 정해놓기 때문에 나중에 시중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물론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원금손실의 부담이 적어 짧은 기간 소액 투자처로 활용하기에 나쁘지 않다.

이것으로 황씨 부부의 상담을 모두 마쳤다. 부부는 지출 다이어트로 확보한 187만원과 일반예금 100만원 등 총 287만원을 우대금리적금(200만원), 개인연금(50만원), 적립식 펀드(20만원), RP상품(17만원)에 투자했다. 이는 총소득(640만원)의 44.8%로 저축 비중이 꽤 높아졌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신혼부부다.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신혼을 즐기기에 부부가 처한 상황은 낭만적이지 않다.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황씨 부부는 신혼생활보다 자녀 양육과 노후 준비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부부가 200만원에 가까운 지출을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황씨 부부의 지출구조는 세번의 재무상담으로 알차게 바뀌었다. 과소비는 긴축했고, 잉여자금 187만원은 세심하게 분배했다. 이제부터는 부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재무상담 때마다 필자는 부부에게 가계부 쓰기·신용카드 자르기 등을 강조한다. 의지가 지속하려면 그에 걸맞은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로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던 황씨 부부가 빡빡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건 어려울 게 분명하다. 올해 부부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자녀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내년에는 부부에게 여러모로 좋은 소식이 생기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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