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투입해 가맹점 20만개 모집 플랜
11월말까지 모집한 가맹점 수 1만7000여개

연내 출범을 앞둔 서울페이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30억원을 투입해 올해 12월까지 서울페이 가맹점 20만개를 모집하겠다던 계획이 어그러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의 단독 취재 결과, 서울시가 11월말까지 모집한 서울페이 가맹점 수는 고작 1만7000여개로, 목표의 10%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서울페이가 가맹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서울페이가 가맹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매출액 8억원 이하 매장은 결제수수료가 아예 없다. 8억~12억원 매출 매장은 0.3%, 12억원 초과 매장은 0.5%에 불과하다. 최고 2.5%에 이르는 신용카드 수수료와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서울페이(제로페이) 얘기다. 서울페이로 결제하면 소비자도 이득이다. 카드나 지갑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결제가 가능하고, 소득공제 혜택도 많다(서울페이 40%>신용카드 15%). 

구축비용이 저렴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시스템을 깔지 않아도 기존 간편결제 플랫폼과 호환되기 때문이다. 장점이 숱하게 많지만 서울페이는 출시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신용카드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을 바꿀 수 있겠느냐”에서부터 “관치금융이다” “세금 낭비다” 등이 대표적이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잡았는데, 가맹점을 어떻게 모으느냐도 문제였다.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더스쿠프 단독 취재 결과, 서울시가 11월말까지 모집한 서울페이 가맹점 수는 고작 1만70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남은 상황에서 20만개 목표의 10%에도 못 미치는 참혹한 실패다.

문제가 뭘까. 서울시의 서울페이 가맹점 모집 전략을 보자. 단기간에 가맹점을 끌어 모으기 위해 서울시는 ‘스리 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스리 트랙은 ‘시가 직ㆍ간접 관리하는 시설(약 5000개)’ ‘프랜차이즈(4만4825개), 전통시장(6만개)’ ‘대학가 오피스 밀집지역 상가 등(9만개)’ 등이다.

셋 중 둘은 실행이 쉽다. 지하철, 지하도 상가, 공원 등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설엔 가입 공문만 보내면 순순히 따를 공산이 크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가맹본사와 합만 잘 맞추면 산하에 수많은 가맹점을 서울페이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들은 동일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어 설치도 용이하다. 유명 프랜차이즈가 참가해 주변 상권에 가입을 유도하는 순기능도 기대해봄 직하다.

소상공인 웃게 할 서울페이, 하지만…

실제로 지금껏 모인 가맹점 대부분도 이 두 전략에서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입을 확약했지만 취합 문제 때문에 카운팅하지 못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합류하면 연말쯤엔 큰 폭으로 가맹점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전략은 ‘대학가 오피스 밀집지역 상가’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경제의 실핏줄이라 불리는 골목상권이다. 이들은 별다른 버팀목이 없는 개별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정책 취지에 가장 부합한 타깃이기도 하다. 서울페이가 잘 작동하려면 이들의 역할이 필수다. 서울시가 가맹점 모집 전략에 들이는 시비 30억원 중 27억7000만원을 골목상권 가입 유도에 쏟았던 이유다. 그럼에도 전체 가입 가맹점 수가 1만7000개라는 건 예산 투입 대비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가맹점을 유치하기 시작한 건 10월 말”이라면서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낮은 실적은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민간사업자인 카카오페이는 서비스 시작 두달 만에 가맹점 8만 곳을 돌파했다. 세달 째엔 10만여개의 매장이 서비스를 신청했다.

업계는 “일찍부터 예견된 실패”라며 혀를 찼다. 골목상권 가입을 유도할 전략이 잘못됐다는 거다. 서울시는 시비 27억원을 중소기업중앙회에 지원했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이라 불리는 노란우산공제 상담사 100여명을 투입해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기중앙회가 서울페이 가맹점 수를 늘릴 때마다 시로부터 건당 2만5000원씩 받는 방식이다.

올해 20만개 모집 가능할까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노란우산공제제도와 서울페이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데다 상담사들도 따로 교육을 받아 설명해야 한다”면서 “생계가 급한 상인들은 아무리 가입절차가 간단해도 손사래를 치기 마련인데, 시비 30억원을 활용했다면 치밀한 전략을 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건당 2만5000원을 중기중앙회가 아닌 직접 골목상권에 뿌렸다면 차라리 지금보단 좋은 실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행정이 서울페이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는 거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서울페이가 정부 차원의 정책이더라도 서비스 초기에 이슈를 끌지 못하면 흥행 타격이 클 것”이라면서 “소상공인 사이에서 ‘별 볼일 없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생기면 자체 생태계를 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야심찬 계획만을 늘어놓고 있다. 올해 시 전체 소상공인(66만개)의 25% 수준인 20만개를 가입시키고, 내년엔 여기에 30만개를 더한 50만개, 2020년엔 서울시 전체 사업체를 서울페이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지금 상황에선 부질없는 꿈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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