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늦둥이 부부 재무상담 上

은퇴를 앞둔 부모님께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할까.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있는 대로 드리고 싶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최근 늦둥이를 낳은 한씨 부부도 부모님 용돈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번 만큼 쓰는 소비습관 때문에 가계 재무가 엉망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20편 첫번째 이야기다.

다양한 재무 이벤트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부모님 용돈 문제는 민감한 문제로 꼽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재무 이벤트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부모님 용돈 문제는 민감한 문제로 꼽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진수(45·가명)씨는 요새 퇴근 시간만 되면 집에 갈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두살배기 아들 민혁(가명)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한씨 부부는 결혼한 지 6년 만에 민혁이를 낳았다. 한씨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민혁이는 뒤늦게 찾아온 귀한 아이였다.

아내 김민지(39·가명)씨는 육아 휴직을 끝내고 지난 9월에 복직했다. 집 근처에 사는 장모님이 부부를 대신해 자녀를 돌봐주고 있다. 부부는 내년에 둘째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게 되면 김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다.

한씨 부부의 월 소득은 790만원이다. 대기업 과장인 한씨가 500만원, 중소기업 과장인 김씨가 290만원을 번다. 둘째를 가져 외벌이 부부로 전향한다 해도 별 무리가 없다. 부부는 이미 서울 문정동에 아파트(현재 시세 6억4000만원)도 마련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1억3000만원(연이율 3.5%·원금 균등상환)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상환해왔다.

그렇다고 부부가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40대 재무설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가장의 조기 퇴직이다. 한씨도 벌써 조기 은퇴를 걱정하고 있다. 소득은 남부럽지 않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부담감도 커져갔다. 이제 자녀가 생겼으니 한씨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씨도 예전보다 살림을 알뜰히 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정신무장을 마친 부부에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한씨 아버지의 은퇴 선언이다.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한씨 아버지는 얼마 전 칠순을 맞았다. 이제는 텃밭을 일구며 아내와 노후를 보내겠다는 게 한씨 아버지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한씨 부모님의 생활비가 노후를 즐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씨 부모님은 국민연금을 받고 있지만 가입할 당시 납입금액이 적었던 탓에 월 9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11월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노후 적정 생활비(월평균 250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씨 부모님의 재산은 1억원가량의 주택 한채가 전부다.


한씨는 생활이 어려운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처음 한씨가 생각한 부모님 용돈은 월 80만원. 하지만 어느 한쪽에만 생활비를 드렸다가는 대판 싸움이 벌어질 게 뻔했다.

부부는 며칠간 날선 대화를 나눈 끝에 양쪽 부모님께 각각 월 50만원씩 생활비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아내 김씨도 할 말은 많았다. 무엇보다 현재 장모님이 민혁이를 돌봐주고 있다. “양가 부모님께 똑같이 돈을 드리는 건 불공평한 일 아니냐”고 속상해할 만하다. 마음껏 용돈을 드리고 싶은 게 부부의 공통된 마음이었지만 늦둥이 양육비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부부는 한가지 의문을 품게 됐다. 자신들의 저축 방식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부는 노후에 자녀에게 손을 벌려선 안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저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특히 부부는 현재의 지출구조와 저축 방법이 효과적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그럼 한씨 부부의 지출구조를 들여다보자. 먼저 소비성 지출이다. 부부는 공과금에 월 28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통신비·인터넷·TV 사용료는 19만원이다. 정수기는 렌털해 쓴다(월 2만원). 지출 1위 품목은 생활비다. 월 120만원을 쓴다. 늦둥이 육아비는 15만원이 나간다.

부부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 한약과 비타민 등 건강식품에 월 42만원을 쓰고 있다. 교통비·유류비는 모두 합해 70만원이 나간다. 보험료는 62만원이다. 부부는 87만원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용돈으로는 한씨와 김씨가 각각 50만원을 쓴다. 앞서 말했듯 부부는 양가 부모님께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용돈으로 드린다. 이렇게 부부는 총 645만원을 소비성 지출로 사용한다.

다음은 비정기지출이다. 부부는 명절·경조사비로 월 20만원씩 쓴다. 여행·휴가비로는 40만원을 지출한다. 이밖에도 의류비(40만원)·미용비(10만원)·자동차 유지비(17만원) 등 총 127만원이 소비된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연금저축(20만원)·청약저축(5만원)·적금(10만원) 등이 있다. 계산해보니 부부는 매월 807만원을 지출하고 17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출구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일단 눈에 띄는 지출은 생활비다(월 120만원). 이중 부부는 식비로만 110만원을 쓰고 있었다. 육아비용을 따로 계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출 규모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부부는 주말 식사를 모두 외식으로 해결한다.

특히 주말 아침엔 아들을 데리고 브런치 가게에서 식사를 하는데, 가격이 1인당 1만5000~2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다양한 브런치 가게를 방문해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취미까지 생겼다. 필자는 부부에게 외식 횟수를 줄이라고 권했다. 2차 상담 때까지 생활비를 120만원에서 9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한약·건강보조제 비용(42만원)도 1차 상담에서 줄여보기로 했다. 좀처럼 아이를 갖지 못했던 김씨도 몇년간 한약을 먹어왔다. 이제 아이를 가졌으니 한약비는 지출되지 않는다. 한씨는 건강보조제를 먹는 것보다는 불어난 체중을 운동으로 줄이는 게 우선인 듯했다. 이에 따라 비용도 42만원에서 20만원으로 22만원 줄였다.

부부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이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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