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직장인 재무설계

소비는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처럼 부정적인 감정이든, 주변 사람을 챙기고 싶은 긍정적인 감정이든 과하면 문제가 된다. 직장생활 3년차인 박선호(31ㆍ가명)씨도 비슷한 사례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박씨는 모임에서 항상 나서서 지갑을 열었다. 문제는 이런 소비 습관이 박씨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초년생 때 어떤 소비습관을 들이느냐가 중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회초년생 때 어떤 소비습관을 들이느냐가 중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비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의식주 해결을 위한 ‘생계형 소비’와 개인적 만족감을 얻기 위한 ‘감정소비’다. 감정소비 대표적인 예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쓰는 홧김 비용이다. 취업포털 벼룩시장 구인구직 조사 결과, 전체의 92.8%가 ‘감정소비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감정소비를 하는 원인으로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32.3%)’가 가장 많았다. ‘인간관계 스트레스(22.8%)’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15.2%)’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하지만 감정소비가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발생하는 건 아니다. 남들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에 돈을 쓰는 것도 감정소비의 일종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이든, 감정소비가 잦아지면 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30대 초반 직장인 박선호(31ㆍ가명)씨가 이와 비슷한 사례다. 사람을 좋아하는 박씨는 지인들과 모임을 가질 때면 먼저 나서 계산했다. 베푸는 게 좋아 돈 아깝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주말이면 친구들을 모아 교외로 나갔다. 운전을 도맡아 하는 건 물론, 친구들이 주는 기름값도 한사코 거절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쓴 돈이 한달 1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박씨의 성향상 직장에 후배가 생기고 챙겨야할 가족이 늘어날수록 쓸 돈도 많아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고, 연애를 하지 않아 결혼·육아는 먼 얘기만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대 초반에 어떤 소비습관을 들이냐는 중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Q1 지출구조

박씨의 월급은 350만원이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생활비를 보태 드리려 했지만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생활비를 모아 미래에 대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박씨는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5만원씩 드리고 있었다. 통신비는 12만원이었다. 여기에 지인들과 모임 등에 쓰는 친목교류비 50만원, 교통 · 유류비 50만원 등이 나가고 있었다. 쇼핑 · 휴가 등에 쓰는 비정기지출은 연간 150만원으로 월평균 13만원가량이었다. 비정기지출은 총 130만원이었다. 가입한 금융상품은 대부분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납입 상품이었다. 소득공제가 가능한 연금저축펀드에 40만원씩 붓고 있었다. 지인이 추천해준 2.5% 복리 저축보험에 30만원씩 납입하고 있었다. 개인퇴직연금IRP에 30만원씩 모으고 있었다. 비소비성지출은 100만원으로 한달 총 지출은 230만원이었다. 잉여자금 120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Q2 문제점

박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무목표가 없다는 점이었다. 결혼 · 육아 · 은퇴 · 부모님의 노후 등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더라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예컨대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대비를 해놓고 안 쓰는 것과 대비를 못 해서 못 쓰는 것은 큰 차이이기 때문이다. 감정소비가 과다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모임에서는 회비만 내고, 혼자 계산하는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었다.

‘자동차가 굳이 있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만했다. 자동차로 인한 고정비가 꽤 컸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에 적당한 거리였으므로, 자동차 유지비를 모아 미래에 대비할 여지가 있었다. 12만원에 달하는 통신비도 부담이었다. 사무직 직장인인 박씨는 출장이나 외근이 많지 않고, 외부에서 데이터 쓸 일이 적은 만큼 굳이 비싼 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었다. 그냥 통장에 모아둔 잉여자금 120만원도 자산을 불리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Q3 해결점

먼저 통신비(12만원→5만5000원)를 손봤다. 남은 기기할부금(50만원)을 모아둔 은행 거치금을 활용해 일시에 납부했다. 사무직이라 외부에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만큼 저렴한 요금제로 전환해 6만5000원을 아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선 회비(30만원)만 낼 것을 주문해 매달 20만원의 지출을 줄였다. 출퇴근할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가용은 주말에만 활용하도록 했다. 유류비를 줄여 교통·유류비 20만원(50만원→30만원)을 절약했다. 매달 40만원씩 납입하던 연금저축펀드는 10만원으로 줄였다. 10년 이상 장기 납입상품으로 이자가 쌓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납입금액이 크다는 게 문제였다. 매달 목돈이 빠져나가면 만기까지 납입하지 못하고 해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매달 30만원씩 나가던 개인퇴직연금IRP는 납입하지 않고 당분가 거치식으로 전환했다. 장기상품의 경우, 10~20년 유지할 수 있는 납입금액을 잘 설정해야 중도에 해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저축보험(30만원)은 해지했다. 이렇게 ‘지출 다이어트’를 통해 만든 256만5000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짰다. 결혼 등 단기 재무목표를 위해 준조합 비과세 적금상품(60만원)에 가입했다. 가입만 하고 활용하지 않았던 CMA통장(50만원)도 단기 재무목표를 위해 한시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2.2% 이율의 상품으로 어지간한 적금보다 이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집마련‧노후대비 등 장기 재무목표에 대비해 적립식펀드(50만원)에 가입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비상금통장에 60만원씩 모으도록 했다. 실적배당형연금에 30만원씩 투자하도록 했다. 잉여자금 6만5000원은 통장에 두기로 했다. 감정소비는 습관화되기 전에 잡는 게 중요하다. 박씨의 경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장‧단기 재무목표에 대비했다. 이제 남은 건 박씨 스스로 목표를 실천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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