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진출하는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정식매장 오픈까지 2년 여가 남았음에도 국내 가구업체를 바짝 긴장하게 하는 기업이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가구전문업체 이케아(IKEA)다. 전 세계 38개국 332개 매장을 갖고 있는 이케아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다. 2014년 광명시 7만8198㎡(약 2만6000평) 부지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광명시에 거주 중인 임미정(가명)씨는 ‘이케아’ 마니아다. 임씨는 홍콩 여행을 갔다가 실용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의 이케아 가구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이케아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에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요즘은 다르다. 몇몇 해외 구매대행 업체가 이케아 제품을 판매한다. 이케아 제품을 직접 수입해 파는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있는 아이컴퍼니다. 이 업체는 4290㎡(1300여평)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다. 중국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이케아 매장에서 수입한 제품을 판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평일에는 500여명, 주말에는 2000~3000명의 손님이 몰린다. 주말 하루 판매건수는 500~600건이다. 온라인몰의 회원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임씨 같은 이케아 마니아는 아직도 불만이 많다. 아이컴퍼니에서 팔거나 진열된 가구가 이케아의 일부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이런 불만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가 드디어 국내시장에 상륙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인설립을 마친 이케아코리아는 경기도 광명역세권지구에 7만8198㎡ 대지를 2346억원에 낙찰 받아 2014년 상반기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케아 광명매장이 오픈되면 광명시는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00~500명의 정규직 고용이 창출된다. 집객효과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이케아가 입점할 부지가 KTX 광명역과 인접해 있어서다.

DIY 제품으로 국내 시장 공략
가구업계 일부에서는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세계적 유통기업이 국내에서 실패했듯 이케아 제품이나 판매방식이 국내 가구시장과 달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가구업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이케아의 저가마케팅이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제품(Do It yourselfㆍ스스로 설계ㆍ제작 가능한 제품)이 주력이다. 인건비와 물류비가 덜 들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케아는 자신들의 디자인을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는 1300여개 협력업체를 활용한다. 당연히 생산단가가 줄어 소비자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

가구 업체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도 가구구매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저렴하면서도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이케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차별화된 경쟁전략을 지금부터 세워놓지 못한다면 이케아가 국내시장을 잠식할 경우 중견기업이나 중소업체 가릴 것 없이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소비자는 “이케아 등장 소식에 벌써부터 설렌다”며 “대형매장이 생기면 좀 더 다양한 이케아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 수 있게 돼 더 이상 해외구매 대행 구매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소비자의 이런 심리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 이케아는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세우고 12월 광명역세권지구에 7만8198㎡ 면적의 부지를 낙찰받았다.
지난해 말 이케아 광명부지 낙찰이 발표된 이후 한샘•리바트 등 국내 상장가구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가구업체가 이케아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케아의 광명매장 오픈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광명 시내에 조성된 가구거리 업체다. 이들은 이케아 입점으로 ‘쓰나미’ 톤급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특히 이들 가구거리 입점 업체 대부분은 대출을 받아 영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이케아 입점에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영세 업체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기업 가구 업체는 이케아의 단점을 공략하는 ‘측면 돌파’ 전략을 구상 중에 있다. 가구업체 한샘은 이케아와 상품이 겹치지 않는 IK(인테리어 키친) 유통 부문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케아 단점 공략하는 국내 기업
현재 한샘은 부엌가구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만 벌써 50여명의 영업인원을 확충했다. 대형매장도 더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지난해 11월 부산센텀시티에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한샘 플래그샵’을 열고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공간을 인테리어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케아의 주력부문인 인테리어 가구와 생활용품 분야 사업에도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한샘은 상품 MD의 지속적인 채용은 물론 대리점까지 늘리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의 7000억~8000억원 매출을 감당할 수 있는 물류기지의 규모도 내년 말까지 두 배 가량 확장할 계획이다.

리바트의 경우 전국적으로 깔린 유통망과 본사 교육을 통해 꾸린 전문 시공팀을 강점으로 밀고 나갈 예정이다. 리바트 관계자는 “리바트는 전국 어디나 추가비용 없이 가구 배달이 가능하다”며 “(이케아가) 완제품이나 반제품을 판매한다 해도 저가 제품은 쉽게 망가질 수 있어 추후 애프터서비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판매•AS 유통망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살균ㆍ탈취가 가능한 옷장을 선보이는 등 IT를 접목한 신개념 가구를 선보이는 보루네오는 이케아가 저가 가구를 취급하는 것을 들어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케아 국내 1호점이 될 광명매장은 오픈을 2년여 앞두고 벌써부터 신고식을 치르는 모습이다. 국내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이케아는 이미 세계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편”이라며 “이케아의 국내 등장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가구 업체는 저절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stroy @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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