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늦둥이 부부 재무상담 中

재무상담에서 습관성 지출은 경계 대상 1순위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돈을 쓰게 만들어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계대상은 아무래도 보험이다. 특히 ‘3년 갱신형’ 보험은 피곤한 상품 중 하나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씨 부부의 가계를 다시 설계했다. ‘실전재테크 Lab’ 20편 두번째 이야기다.

보험에 가입할 땐 확실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에 가입할 땐 확실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늦둥이 아들을 출산한 한진수(45·가명)씨와 김민지(39·가명)씨. 40대 중반을 맞이한 한씨는 양육비와 노후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려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게 당연지사지만, 풍족한 생활을 해왔던 부부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예민한 문제도 있었다. 한씨 부부는 최근 양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 시작했는데, 이 일로 한동안 냉전을 치렀다. 얘기를 들어보니 각자 사정이 있었다. 한씨의 경우 은퇴를 앞둔 부모님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국민연금(월 90만원)으로는 노부부가 생활하기 빠듯했다. “시댁에 가끔씩 용돈을 보내자”는 의견은 한씨가 먼저 꺼냈다.


김씨는 남편의 제안에 속이 상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직한 자기 대신 아들을 돌봐주고 있는 친정 어머니가 생각나서다. 부부는 며칠간의 대화 끝에 양쪽 부모님께 월 50만원씩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1차 상담에서 두 사람은 부모님 용돈이 고정지출로 잡히면서 지출 규모가 커진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의아한 점은 이런 고민에 빠지기에 부부의 소득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는 한달에 790만원(남편 500만원·아내 290만원)을 번다. 소비성 지출(645만원)·비정기 지출(127만원)·금융성 상품(35만원) 등 총 807만원을 쓰고 17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비중으로 따지면 부모님 용돈(100만원)은 전체 지출의 12.3%에 불과했다.

지출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생활비(120만원)였다. 대부분의 식사를 외식으로 해결한 결과였다. SNS에 푹 빠진 김씨가 주말 아침마다 아들을 데리고 고급 브런치 가게에 방문한 것도 한몫했다. 이밖에 건강보조제 구입(42만원), 교통비·유류비(70만원) 등 다소 지출이 과한 항목들도 문제였다. 따라서 이번 2차 상담에선 부부의 소비습관을 확 바꿔보기로 결정했다.

지출 줄이기에 앞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부모님 용돈이다. 지출 다이어트를 실천하기 위해선 부부가 일심동체가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모님 용돈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균열부터 메워야 했다. 일단 자녀의 육아를 대신 책임지고 있는 김씨 어머니에게 적절한 보상은 분명 필요해 보였다.

필자가 제안한 방법은 한씨의 상여금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한씨는 명절과 연말에 기본급의 90%(약 450만원)를 상여금으로 받는다. 부부는 주로 해외 여행을 가거나 옷을 구입하는 데 상여금을 쓰고 있었다. 이제 지출을 본격적으로 줄이기로 했으니 상여금의 용도도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한씨도 필자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부부는 전체 상여금의 30%를 아이를 돌봐주는 장모님의 특별 위로금으로, 10%는 한씨 부모님의 생활비로 지급하기로 뜻을 모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지출 다이어트를 시작해 보자. 먼저 생활비(120만원)다. 2인 가정의 식비치고는 지출 규모가 매우 큰 편인데, 언급했듯 부부의 잦은 외식 때문이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외식 횟수를 줄여 생활비를 120만원에서 90만원으로 30만원 낮췄다. 일주일간 생활해본 결과, 일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10만원 더 줄이기로 했다.


다음은 통신비다. 부부는 스마트폰 할부가 이미 끝난 상태였음에도 처음 가입했을 때 대리점에서 제시한 요금제(한씨 7만원·김씨 5만원)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데이터 사용량을 조회해 보니 매월 데이터가 남아돌고 있었다. 부부는 요금제를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맞게 낮추고, 인터넷·TV 결합상품에 가입해 추가로 할인을 받기로 했다. 그 결과, 통신비·인터넷·TV는 총 19만원에서 12만원으로 7만원 줄일 수 있었다.

70만원이나 되는 교통비·유류비도 개선이 필요했다. 한씨 부부는 중형차 1대, 소형차 1대 등 총 2대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짧은 거리도 자동차로 이동하는 버릇이 있었다. 더구나 한씨의 경우 회사의 통근버스가 집 앞까지 운행하는데도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했다.

부부는 과감하게 중형차 1대를 팔기로 했다. 김씨의 소형차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아이를 장모님 댁에 데려다주는 일을 김씨가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씨의 차가 팔리면 판매대금은 부부의 비상금 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김씨의 유류비를 제외하니 교통비·유류비는 70만원에서 30만원으로 40만원 줄어들었다. 차량 보험료나 수리비가 없어져 자동차유지비(17만원)도 8만원 절감했다.

다음은 보험료(62만원)다. 부부가 가입한 보험들의 문제점은 대부분의 보장항목이 3년 갱신형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암·뇌·심장 관련 질환이나 입원비는 갱신될 때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간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갱신형 보험은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험 보장보다 적립금 비중이 더 높게 책정돼 있는 것도 문제였다. 이는 목적 없이 돈을 한편에 모아두고 있는 셈이다.

부부는 모든 보험을 정리하고 재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부는 각각 건강보험·실비보험에 가입하고, 남편 한씨에게만 사망 정비보험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62만원에서 31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보험을 정리하면서 발생한 해약환급금 2350만원은 부부의 펀드상품(8970만원), 적금(2000만원)과 합쳐 대출잔액(1억3000만원)을 모두 상환하는 데 썼다. 부부는 이밖에 용돈(100만원→60만원), 여행비(40만원→20만원), 의류비(40만원→20만원), 건강보조제 구입비(42만원→20만원) 등을 줄였다. 그 결과, 한씨 부부의 지출 구조는 17만원 적자에서 298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총 315만원이나 절약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기서 만족하기엔 아직 이르다. 부부는 내년에 둘째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아내인 김씨가 자녀 양육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수입이 290만원 줄어든다는 얘긴데, 그렇게 되면 10만원짜리 국민연금 하나 가입하는 것도 빠듯해진다. 어떻게 하면 298만원의 잉여자금으로 부부의 재무목표(양육비 마련·노후 준비)를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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