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의 후진적 제도
권익 보호 못 받는 국내 소비자
산업 성장만 중시한 관계부처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제도는 후진적이다. 소비자들의 합당한 권리와 이익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뒤늦게나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자동차 결함 입증책임을 업체에 부여한 건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이제 막 선진형 시장으로 가는 길에 발을 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정부와 업체의 역할과 노력이 중요하다. 
 

국내에선 신차에 결함이 있어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선 신차에 결함이 있어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소비자에게 있던 자동차 결함의 입증 책임을 완성차 업체에 부여한 건 대표적인 변화다. 신차 교환 환불 프로그램인 한국형 레몬법도 2019년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BMW 차량 화재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쌓여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입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다.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 정책을 강화하면 산업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자동차 산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에 놓여있다. 고비용ㆍ저생산ㆍ저효율ㆍ저수익 등 1고高 3저低는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고 연례행사가 된 노사분규, 경착륙한 정부의 친親노동자 정책은 업체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업계 1위 현대차는 2011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줄곧 추락하고 있다. 한국GM은 정부지원금을 받았음에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꼽혔던 ‘광주형 일자리’도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불만을 쏟아내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국내 자동차 소비자의 권익을 끌어올리는 것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중요한 과제다. 최근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홀대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구입한 신차에 결함이 있어도 교환이나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 업체에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비센터를 찾으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사이 발생하는 시간적ㆍ정신적 피해도 보상받지 못한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규모에 비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후진적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 전에 일차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건 완성차 업체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고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라는 거다. 자동차 리콜이 많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자동차를 출고하기 전에 품질 제고 등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이 크다. 리콜 비용이 포함된 가격을 지불하고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다하지도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자동차 결함 입증 책임을 업체에 부여한 것도 마찬가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업체가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문제를 키운 데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이고, 자동차 결함유무는 해당 자동차를 만든 업체가 밝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마치 우리나라만 유별나다는 듯 편협하게 바라봐선 안 된다. 더구나 이런 흐름이 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업체들이 소비자를 배려하고 권익 보호에 앞장선다면 충성고객이 되레 늘어 마케팅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산업의 성장만 고려한 채 소비자 보호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왔다. 부처 간 이기주의가 만연했고, 몸을 사리기 바빴다. 이제는 방관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특히 리콜 문제와 관련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할 때, 애매모호한 사안에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야 할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소비자 정책 강화의 부작용인 블랙 컨슈머를 걸러낼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하고, 반대로 억울한 소비자가 나오지 않도록 묘안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정책은 선진형 산업으로 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선 완성차 업체,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보편타당성과 합리성을 앞세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업체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본연의 책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이 대표적인 선진시장으로 탈바꿈하기를 희망하며 올바른 시각으로 소비자를 바라보길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