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이상한 경제학

항공마일리지 첫 소멸시효를 앞두고 마일리지 알차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팁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라지는 게 어디 항공마일리지뿐이랴. 연초 지급되는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도 1년이 지나면 가차없이 사라진다. 마땅히 쓸 곳도 없고, 괜히 아껴놨다가 쓰기도 전에 사라지는 마일리지ㆍ멤버십 포인트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마일리지에 숨은 이상한 경제학을 취재했다. 

현행 마일리지ㆍ멤버십 포인트 소멸 제도를 두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현행 마일리지ㆍ멤버십 포인트 소멸 제도를 두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해가 저물어가는 연말, 소비자들이 바빠졌다. 차곡차곡 쌓아뒀던 각종 마일리지와 포인트가 곧 사라질 예정이라서다. 특히 항공마일리지는 약관 개정 후 첫 소멸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2008년 7월 1일~12월 31일에 적립한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2008년 10월 1일~12월 31일 적립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내년 1월 1일 사라진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소멸을 앞두고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한진관광과 연계한 ‘칼팍(KALAPK)’이라는 여행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연계 호텔, 제주도 렌터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기내면세품을 사거나 초과 수화물 운임을 내는 데에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는 면세상품이나 로고상품을 구입하거나 금호리조트, 워터파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CGV에서도 마일리지 사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항공마일리지는 다른 이동통신사나 은행, 신용카드, 쇼핑몰 등과 비교했을 때 사용처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소멸시효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 10월 1~17일까지 소비자 문제 전문가와 변호사 등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결과를 보자. 응답자의 85.5%는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시효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동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도 한해와 함께 저문다. 이통3사 중 SK텔레콤은 지난 4월 멤버십 할인 한도를 전면 폐지해 연간 무제한으로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매년 1월 1일 포인트가 지급되고, 12월 31일 소멸된다. 하지만 상품 가격의 5~20%만 사용이 가능하고, 횟수도 1일 1회 또는 1주 1~2회로 제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터져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품 대금 중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36.6%로 가장 많았다.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많지 않다(22.2%)’ ‘연말에 잔여 포인트가 소멸된다(20.5%)’는 불만도 있었다. 사용률도 저조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포인트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8만1452포인트를 지급받았는데, 그중 사용률은 절반에 못 미치는 40.7%였다. 나머지 59.3%는 사용하지 못하고 소멸됐다.

소비자들이 “포인트로 통신비를 결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항공사 마일리지와 이통사 멤버십 포인트를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는 저물고 포인트 소멸까진 얼마 남지 않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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