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두드리는 라이언의 과제

다음카카오의 ‘라이언’이 국민 캐릭터라는 명성을 쌓아나가고 있다. 2년 연속 뽀로로, 짱구를 넘어 ‘선호도 1위’에 오르더니, 이젠 해외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라이언이 10ㆍ20세대뿐만 아니라 30•40세대의 지지까지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라이언은 과연 한국판 미키마우스가 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라이언의 미래를 내다봤다. 

라이언의 인기에 힘입어 카카오프렌즈는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사진=연합뉴스]
라이언의 인기에 힘입어 카카오프렌즈는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사진=연합뉴스]

월트디즈니의 대표 캐릭터는 미키마우스다. 미키마우스는 1928년 11월 흑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로 데뷔해 올해 90번째 생일을 맞았다. 캐릭터 최초로 라이선스 사용료를 받아 캐릭터산업의 개념을 세우기도 했다. 미키마우스가 연간 벌어들이는 저작권료는 6조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질문 하나. 디즈니랜드의 심벌이 미키마우스라면, 에버랜드의 심벌은 무엇일까. 십중팔구 고개를 갸웃할 거다. 답은 숫사자 레니와 암사자 라라다. 그럼 서울랜드의 대표 캐릭터는 뭘까. 뜻밖에도 암수 거북이(아롱이ㆍ다롱이)다.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를 꿈꿨을 사자와 거북이는 심벌로 자리 잡는 데 실패했다.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캐릭터를 심벌로 만드는 데 성공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다음카카오다.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론칭한 다음카카오는 2012년 캐릭터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를 출시했다. 카카오톡를 향한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성공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산했다. 다음카카오는 캐시카우로 성장한 캐릭터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전담부서(현 카카오IX)를 분사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출시하고, 2016년 서울 강남에 카카오프렌즈샵을 오픈했다. 카카오프렌즈샵은 현재 면세점을 포함해 23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와 손잡는 업체도 숱하다. 식품ㆍ패션ㆍ화장품ㆍ금융ㆍ호텔 등 업종을 불문하고 카카오프렌즈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프렌즈의 인기가 확산한 건 2016년 새로운 캐릭터 라이언이 등장하면서다. 갈기 없는 수사자 라이언은 10ㆍ20세대뿐만 아니라 30ㆍ40세대 남성도 선호하는 캐릭터다. 라이언 애호가인 직장인 윤상호(35)씨는 “귀여운 라이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워낙 대중적인 캐릭터인 데다, 실용적인 아이템이 많아서 라이언 굿즈를 자주 사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뿌까’ ‘뽀롱뽀롱 뽀로로’ 등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캐릭터가 있었지만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건 라이언이 최초인 셈이다.

실제로 라이언을 포함한 카카오프렌즈는 2016년에 이어 지난해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 1위(15.0%ㆍ한국콘텐츠진흥원)로 꼽혔다.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롱뽀롱 뽀로로(13.2%), 수년간 선호도 1위를 지킨 ‘짱구는 못말려(6.7%)’를 꺾은 셈이다. 라이언의 인기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IX의 매출액은 2015년 103억원에서 라이언 출시 후인 2016년 70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엔 9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뽀로로 꺾은 라이언의 인기

그렇다면 라이언의 인기 비결은 뭘까. 카카오IX 관계자는 “라이언의 무표정함이 매력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이언은 동그란 얼굴에 일자눈썹을 지닌 귀여운 외모지만, 입이 없어 표정을 읽기 어렵다. 라이언의 무표정함은 일본의 장수 캐릭터 헬로키티와도 닮았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캐릭터의 표정이 과장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다”면서 “무표정한 캐릭터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기쁜 맘으로 보면 기뻐 보이고 슬픈 맘으로 보면 슬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상태를 캐릭터에 투영해 공감하고 위로를 느낀다는 점에서 무표정한 라이언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928년 데뷔한 미키마우스는 캐릭터 사상 처음으로 라이선스 사용료를 벌어들였다.[사진=뉴시스]
1928년 데뷔한 미키마우스는 캐릭터 사상 처음으로 라이선스 사용료를 벌어들였다.[사진=뉴시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라이언은 해외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카카오IX는 지난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8 KCON LA’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카카오프렌즈를 알렸다. 지난 7월에는 일본에 현지법인(카카오IX 재팬)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일본 내에 카카오프렌즈샵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 중국 진출을 위해 온오프라인 리테일ㆍ라이선스 사업을 담당할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도 카카오프렌즈의 반응이 좋다”면서 “구체화 단계는 아니지만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ㆍ유럽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라이언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미키마우스처럼 글로벌 캐릭터로 성공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한창완 세종대(만화애니메이션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라이언은 이모티콘 상에서 움직이고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하기는 하지만, 캐릭터가 롱런하기 위해선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의 성격과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디즈니의 경우 미키마우스를 활용한 콘텐트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최근(2016년)까지도 TV애니메이션 ‘미키마우스 클럽하우스4’를 방영한 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선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캐릭터 사업을 확장한 것과 달리, 해외시장에선 이렇다할 플랫폼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는 네이버의 해외 진출 행보와 비교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네이버는 2011년 일본에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출시했다.

카톡 없이 가능할까

이후 메신저 상에서 감정표현을 위해 캐릭터 스티커 라인프렌즈를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메신저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 현재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ㆍ대만ㆍ인도네시아 등에서 주요 메신저로 사용되고 있다. 한창완 교수는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수출하기가 녹록지 않은 만큼 카카오프렌즈는 한류열풍을 타고, 스토리텔링 전략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라이언의 발목을 잡을 요소는 또 있다. 국내 캐릭터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캐릭터의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경우도 숱하다. 인형뽑기방에서 위조 라이언 인형이 버젓이 유통되는 건 단적인 예다. 관세청의 ‘2017 지식재산권 침해단속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완구ㆍ문구류 지식재산권 적발 건수는 2015년 8772건에서 지난해 2만4961건으로 185%가량 급증했다.

한창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의 캐릭터 시장이 발달한 건 내수시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 보호제도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가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작품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캐릭터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 미키마우스가 나오려면 캐릭터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라이언은 분명 가능성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그 정도 가능성을 보유한 캐릭터는 사실 많았다. 해외시장의 벽이 그만큼 높고 가파르다는 얘기다. 라이언은 한국판 미키마우스가 될 수 있을까. 답은 다음카카오의 전략에 달려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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