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와 광고모델 이서진, 한국경제의 늪
DGB와 광고모델 이서진, 한국경제의 늪
  • 강서구 기자
  • 호수 318
  • 승인 2018.12.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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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수도권행의 함의

지방은행의 ‘수도권행行’이 잇따르고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지방은행의 성장동력이던 조선·해운·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가계부채 위기도 지방은행의 ‘지역 엑소더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방은행의 수도권행에 숨은 한국경제의 리스크를 취재했다.

수도권 진출을 꾀할 수밖에 없는 지방은행의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부진을 읽을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진출을 꾀할 수밖에 없는 지방은행의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부진을 읽을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지방은행이 수도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 DGB금융그룹의 행보가 가장 눈길을 끌고 있다. DGB금융은 인지도가 높은 배우 이서진을 모델로 기용해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실시간 광고 시청률 모니터링 업체 아이플리테마에 따르면 3편의 DGB금융그룹 TV 광고는 11월 2일~12월 13일 863회나 방영됐다. 하루 평균 20회 이상 광고가 노출된 셈이다.  광고 내용도 전국에 있는 금융소비자에게 DGB금융을 알리는 것이다. 거점 지역 대구·경북을 벗어나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지방은행들이 인구수와 기업수 등에서 지방보다 금융수요가 훨씬 많은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의 인구는 2551만9000명으로 전체 인구(5142만3000명)의 49.6%에 달한다. 2016년 기준 중소기업의 수도 전국의 40% 수준인 157만9000개(서울 77만4000개·경기 80만5000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 수도권의 많은 수요를 노렸다면 지방은행의 경기도 진출이 허용됐던 2015년 3월 직후 더 적극적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서야 했다. 수도권에 지점이 그렇게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 11월 기준 전북은행은 서울(10곳)과 경기·인천(6곳)을 포함해 수도권에 16곳의 은행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은행도 31곳(서울 19곳·경기·인천 12곳)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다른 지방은행도 수도권 점포를 확장하며 ‘부산은행(11곳)’ ‘대구은행(8곳)’ ‘경남은행(6곳)’ 등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방은행의 수도권행이 빨라지고 있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지방은행의 수도권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첫째 원인은 임계점을 넘어선 가계대출이다. 정부는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해결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했다. DSR이 70.0%를 넘으면 위험대출, 90.0% 넘으면 고위험대출로 구분해 무분별한 대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규제로 시중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위험대출은 15.0%, 고위험대출은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지방은행도 위험대출과 고위험대출의 비율이 각각 30.0%와 25.0%를 넘어선 안 된다. 은행이 가계대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계대출 규제의 나비효과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이 막힌 시중은행이 그로 인해 줄어든 수익을 지방은행의 강점인 기업대출로 메울 가능성이 높아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격화해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계형 금융이란 강점이 있는 지역 내 중소기업 대출 시장점유율도 시중은행의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둘째 원인은 조선·해운·건설·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내 조선·해운·건설·자동차 4대 업종의 기업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4대 업종은 허약해진 지 오래다. 올해 초 장기불황을 겪은 조선업엔 구조조정의 삭풍이 몰아쳤다.

올 4월 조선업의 중심지였던 경남 거제시의 실업률이 7.0%까지 치솟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업과 함께 해운도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0%나 감소했다. 공교롭게도 지방은행은 4대 업종의 여신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다. 올 2분기 기준 취약업종 여신비율이 평균 13.0%에 이를 정도다. 시중은행 평균 5.4%의 2.5배 수준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조선·해운업의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내수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거점 지방은행의 지역 내 점유율은 사실상 포화 상태인데 다 지역 경기 침체하고 있어 확장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많지 않다”며 “지방은행도 금융그룹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만큼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의 영업망 확충 필요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방은행의 수도권행 이 수익성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거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긍정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의 업황을 엿볼 수 있는 제조업 생산지수(통계청 산업동향)는 9월 104.7(2015=100)에서 10월 105.5로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9만명으로 전년 동월(458만1000명) 대비 9만1000명 감소했다. 올해 4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제조업 위기의 원인은 물량 위주와 노동 투입에만 집중한 산업구조에 있다”며 “산업 구조의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잠재성장률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의 금융소비자가 지방은행을 선택할지도 미지수다. 시중은행보다 조달 비용이 높은 지방은행이 금리 경쟁력을 갖추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자본력과 막강한 마케팅을 극복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수도권 고객을 확보한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중은행이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업의 부진이 예상되는 내년 지방은행은 더 힘겨운 시기를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지방은행이 선택한 고육지책 ‘수도권행 ’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시장은 아직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한국경제가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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