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늦깎이 독립남 재무설계

취업 후에도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2030세대가 많다. 독립하고 싶어도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큰 탓이다. 직장인 경민성(37ㆍ가명)씨도 30대 중반에서야 독립했다. 혼자 사는 재미에 결혼 생각마저 사라졌다는 경씨. 경씨는 모범적인 가계를 꾸리고 있지만 여윳돈을 활용하는 데 소홀하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지금도 이자 1%대 적금에 만족하고 있다. 경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금리 1%대 적금을 털어내는 것이다.

‘싱글라이프’를 꿈꾸지만 생활비 부담에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싱글라이프’를 꿈꾸지만 생활비 부담에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성인이 돼서도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성인남녀 806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1%가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이 취업 후에도 ‘독립선언’을 하지 못하는 건 돈 때문이었다. 실제로 독립하기 가장 적당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취업 후(48.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지만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66.9%)’ 탓에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이 숱했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은 높은 셈이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경민성(37ㆍ가명)씨는 30대 중반에서야 부모님 품을 벗어났다. 대학 때에도 취업 후에도 줄곧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후엔 학자금을 갚느라 독립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고, 1억5000만원의 전세자금을 마련한 경씨는 2년 전 독립했다.

그는 “혼자 살아보니 샴푸 한통 사는 데도 돈이 들더라”면서 “처음에는 생활비가 많이 들고, 해야 할 집안일이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자유로움이 좋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결혼 생각은 저만치 달아났다.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하시는 편이 아닌 데다, 결혼한 주위 친구들이 자기 생활 없이 사는 모습도 독신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경씨의 가장 큰 고민은 혼자 살기 적당한 주택마련과 월 200만~300만원 규모의 노후자금 준비다. 현재 경씨는 모아둔 1억5000만원과 부모님께서 빌려주신 5000만원으로 마련한 보증금 2억원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주택마련과 노후준비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경씨의 월급은 370만원이다. 소비성지출로는 주거생활비 20만원, 통신비 10만원, 식비 50만원, 유류비 20만원, 친목교제비 50만원, 자동차할부금 43만원 등 193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부모님께 빌린 전세자금 5000만원을 매달 70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다. 또 쇼핑ㆍ휴가ㆍ명절ㆍ경조사비 등 비정기지출이 연간 360만원으로 월평균 30만원가량이다. 이렇게 소비성지출은 총 293만원에 달했다.

금융상품 가입 내역은 단출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10만원, 보장성보험 15만원씩 납입하고 있었다. 주택마련 자금 용도로 제1금융권 적금에 50만원씩 붓고 있었다. 비소비성지출은 총 75만원으로, 잉여자금 2만원, 현금보유액은 3000만원가량이었다. 부모님께 5000만원을 모두 상환하는 3년 후쯤 주택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2억~2억5000만원가량으로,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거란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Q2 문제점

경씨의 가계부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먼저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가입한 지 4년이 지나 민영주택 청약신청을 위한 예치금 기준을 넘어섰다. 따라서 월 납입금액을 최소금액(2만원)으로 줄일 필요가 있었다. 또 시중은행에 가입한 적금은 1%대 금리상품으로, 장기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이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마이너스 투자에 가까웠다. 더구나 적금은 중도해지가 어려운 만큼 장기와 단기 재무목표에 따라 나눠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보장성 보험은 보장내역이 적고, 납입금 부담은 큰 데다 주요 보장내역이 갱신형 상품이어서 장기적으로 납입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었다. 식비나 비정기지출과 중복되는 친목교제비도 줄일 여지가 있었다. 투자상품에 전혀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Q3 해결점

먼저 친목교제비(50만원→30만원)를 20만원 줄이도록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최소금액(2만원)만 납입하도록 해 8만원을 절약했다. 기존 시중은행 적금(50만원)은 해지했다.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자산 증식의 목적으로 가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보장성보험은 무해지환급형 상품으로 전환하고, 실손의료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은 비갱신형으로 바꿔 4만원(15만원→11만원)을 절약했다. 갱신형 보험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납입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득이 감소하는 노후에는 불어난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잉여자금 2만원을 더한 84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84만원 중 45만원은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적금상품에 넣기로 했다. 추후 주택마련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1월 기준금리가 1.75%로 인상되면서 시중은행도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신용카드를 일정금액 이상 사용해야 하는 등 조건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저축은행 상품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만원은 노후 대비 목적으로 실적배당형보험에 가입했다. 실적배당형 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배분해주는 상품이다. 비상금 목적으로 CMA통장에 4만원씩 모으기로 했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투자상품에 가입해 이해도를 높이도록 했다. 중위험중수익군의 적립식 펀드에 2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노후까지 안정적인 싱글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대비했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eaifa@daum.net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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