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관련 법안
노동자 요구 받아들여졌나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12월 27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185명중 165명 찬성으로 산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작업 중 외주업체 직원이 사망한 지 2년 7개월만이다. 이번엔 과연 허술한 외양간을 고칠 수 있을까.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험의 외주화와 속빈 법안들을 취재했다.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관련 법안은 늘 제자리걸음이다.[사진=연합뉴스]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발생해도 관련 법안은 늘 제자리걸음이다.[사진=연합뉴스]

또 한명의 안타까운 청춘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스물넷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끊이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사고에 국민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그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렸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도 숱했다. 시민단체들은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때까지 촛불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9인은 12월 18일 “사고 위험이 높은 업무는 대부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실정”이라며 “위험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하도록 의무화해 종사자 및 국민의 안전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낮았다. 해마다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던 금배지들의 약속이 공허한 울림에 그친 게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모(당시 19세)씨가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일에 쫓겨 가방에 넣어 둔 컵라면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다는 꽃다운 청춘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추모물결이 일었다. 그러자 며칠 후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법안, 처리는…

“철도 운행의 안전을 확보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ㆍ위험 업무는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는 김상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철도안정법 개정안’은 신호탄이었다. 그해 6월 한달 동안에만 관련 법안 5건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근로자의 생명ㆍ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생명안전업무’로 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파견근로자, 외주용역근로자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은 “사업장 근로자나 종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달라진 건 없었다. 2017년 5월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넘어지면서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8월엔 경남STX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석유화학제품 운반선 탱크 안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그때마다 금배지들은 법안 마련을 촉구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13건의 안건 모두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년여간 발의된 안건을 단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한 셈이다. 근로시간 단축 등 여야 쟁점 법안들에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뒷전으로 밀렸다.

시간을 더 돌려 19대 국회로 가봐도 마찬가지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ㆍ심상정(정의당)ㆍ이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지만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국회는 이번만은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위험의 외주화’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국회 환노위는 지난 12월 19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의역 사고로 김모씨가 사망한 지 2년 7개월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 멀다. 위험의 외주화, 이번엔 과연 멈출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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