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공화국의 민낯] 내 소관 여기까지… 치 떨리는 복지부동
[사고공화국의 민낯] 내 소관 여기까지… 치 떨리는 복지부동
  • 김정덕 기자
  • 호수 319
  • 승인 2018.12.24 0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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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공화국의 쳇바퀴

또 애꿎은 아이들 3명이 어이없이 죽었다. 친구들과 강릉 펜션에 놀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라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안전을 돈과 맞바꾼 장사꾼들, ‘내 소관은 여기까지’라는 유관기관 종사자, 기계적인 대책을 내놓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여전히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사고공화국의 민낯을 취재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정권이 바뀌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인재人災는 또다시 반복됐다. 지난 18일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어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역시 인재였다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펜션의 가스보일러 시공표지판은 공란이었다. 시공표지판에는 보일러 시공자명, 시공자 등록번호, 시공관리자명 등의 정보가 들어가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시공표지판 정보가 누락됐다는 건 무자격자가 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사고가 난 펜션의 가스보일러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 건물주가 비용을 아끼려 무자격자에게 시공을 맡겼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안전점검은 엉망이었다. 해당 펜션은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4차례의 안전점검을 받았는데, 죄다 무사통과였다. 2014년 4월엔 펜션 준공 후 완성검사를, 2016년 3월엔 용량이 더 큰 가스설비로 교체하면서 LPG저장장치 변경검사를, 2017년 11월과 올해 11월엔 각각 정기검사를 받았다. 모두 ‘적합’ 판정이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표지판이 공란인 가스보일러는 완성검사를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버젓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 황당할 따름이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스공급 설치부터 가스계량기 정상 작동 유무까지가 공사 소관”이라면서 “이 단계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전점검 의무가 있는 이들이 안전보다는 소관 업무 타령부터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펜션의 가스보일러가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테두리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소화기 설치, 화재경보감지기 등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난방시설 안전점검에 관한 규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펜션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들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뻔했다. 정부는 뒤늦게 민박이나 펜션 등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캠핑장 안전사고대책으로 야영시설에는 이미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민박이나 펜션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일종의 공식 같지 않은가. 안전을 돈과 맞바꾸는 장사꾼이 등장하고, 직무에 소홀하고 소관 타령하는 담당기관 관계자,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핀셋 대책을 내놓는 정부까지 똑같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해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가 터진 후 정부는 해당 제품에 사용된 유독물질을 ‘기체상태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액체상태로는 얼마든지 써도 된다는 거다.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안전관리담당자를 문책하지만, 비정규직인 그가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지는 않는다.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달라고는 하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인명 피해를 줄일 건축물 구조를 의무화하지는 않는다. 종합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원인 모를 감염으로 죽어나갔지만, 이후에도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할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툭하면 넘어지는 크레인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됐지만 관계 부처는 책임을 떠넘기며 뒷짐만 지고 있다. 이번에도 ‘난방설비’ 혹은 ‘보일러’가 대책의 중심이 아니라 ‘민박과 펜션의 보일러’가 중심으로 떠오른다. 매번 형태만 조금씩 다른 인재가 수시로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를 꼽았다. 하지만 사회의 밑단에선 여전히 불감증과 복지부동이 흐른다. “내 소관은 여기까지” “안 해도 괜찮겠지” “대충 봐도 되겠지”…. 사고공화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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